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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한은 “물가 정점은 4분기초 전망…금리 0.25%p씩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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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 “부동산·주식가격 조정 불가피”

“연말까지 빅스텝보다는 0.25%p씩 올릴 것”

성장률 “올해 2% 중반, 내년 2% 초반“ 낮춰

금통위 “경기하방 위험 있으나 물가 선제 대응”

취약계층·가계·기업 ‘고통 적응 시간’ 시작


한겨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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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통화정책방향결정 회의를 열고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연 2.25%로 올렸다. 통상적인 인상폭(0.25%포인트)의 두 배인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에 나선 건 한은 기준금리 결정 역사상 처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변동으로 부동산·주식가격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금리와 물가 모두 그동안 장기 지속돼온 0~2% 아래를 계속 가정하기보다는 더 높아진 상황과 위험을 고려하는 쪽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이례적으로 당부했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결정 회의 직후에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오늘 0.50%포인트를 올린 것은 굉장히 예외적인 상황이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결정했다. 향후 경기 흐름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한은이 물가 위험에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과 경제주체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기준금리는 물가에 대응해 연말까지 빅스텝보다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시장에서 연말 우리 기준금리가 2.75%~3.00%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는 건 당연하고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빅스텝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꺾어놓기 위한 조처를 이미 취한 만큼 향후 연말까지 남은 3차례 통화정책결정회의(8월·10월·11월)에서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할 생각이라는 점을 시장에 분명히 밝힌 셈이다.

추가적인 빅스텝은 가급적 배제한 이런 향후 기준금리 예상 경로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인 물가 정점에 대해 이 총재는 “3분기 후반 또는 4분기 초에 정점을 통과하고, 정점을 통과하더라도 급속히 내려가지는 않고 완만하게 떨어지면서 높은 수준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금통위원들은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특히 “각 경제주체들이 가격과 임금을 서로 올리는 행동을 할 경우 개별적으로는 합리적일지라도 고물가 상황이 더 고착화하면서 ‘큰 경기침체’라는 희생을 치르지 않으면 고물가를 잡기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빠져들게 돼 모두가 더 큰 피해와 고통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고유가 및 세계 곡물가격 급등 등 국외 요인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이 4%대에 올랐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면서 “경기와 관련이 적은 근원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은 수준이라 고물가가 가속화·고착화하기 전에 금통위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잇따른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가격 및 주식가격 조정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공개 발언을 내놨다. 이 총재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부동산가격과 주택가격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집을 살때 연 3%대 대출이자율이 평생 동안 갈거라고 생각했다면 그 가정은 이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가 상승율 2% 이상이 오래갈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금리와 물가 모두 그동안 장기 지속돼온 0~2% 아래를 계속 가정하기보다는 더 높아진 상황과 위험을 고려하는 쪽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기준금리는 2015년 3월(1.75%) 이후 지금까지 1%대 아래로 저금리 기조를 지속해왔는데, 이제 오랜 저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2014년 8월(연 2.25%) 시점까지 올라섰다. 8년 만에 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끝나가면서 이자부담 취약집단은 물론 전체 가계·기업·정부까지 경제주체마다 ‘고통의 적응시간’을 겪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이 총재는 경제 둔화 우려에 대해 “하반기에 경기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난 5월에 한은이 수정 전망한 올해 성장률 연 2.7%, 내년 성장률 2.4%보다는 분명히 다소 낮아질 것”이라며 “그래도 올해는 2%대 중반, 내년은 2%대 초반을 유지해 우리 잠재성장률(대략 2.0% 추정)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외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되었지만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광범위해졌으며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크게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하였다”며 “경기 하방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나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지금은 물가 상승세가 가속되지 않도록 0.50%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큰폭의 금리 인상으로 성장과 고용에서 겪어야 할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물가 대응이 우선이라는 명확한 의지를 ‘빅스텝’으로 시장과 경제주체들에게 강력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1년 동안 0.25%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추산한다며 “그럼에도 물가 기대심리를 꺾는 것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시장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임박한 한·미 기준금리 역전도 빅스텝을 밟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이날 한국(2.25%)과 미국(연방기금금리 목표범위 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0.75∼0.50%포인트가 됐는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7일(현지시각) 통화정책결정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한국보다 높아지게 된다. 7월 기준금리 결정회의를 미국보다 먼저 개최한 금통위가 금리 역전을 염두에 두고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보다는 일단 안전하게 빅스텝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이상 내린 ‘빅컷’이 6차례 있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번에 1.00%포인트 하향 조정한 사례도 있지만 0.50%포인트 인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4월, 5월 두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이번까지 세 차례 연속 인상한 것도 전례가 없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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