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6% 물가 경기 관련없이 너무 높아”
한은, 성장률 하향·물가상승률 큰폭 상향 시사
금통위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올렸다. 금통위가 빅 스텝에 나선 것도, 세 차례 연속(4·5·7월) 기준금리 인상을 실시한 것도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최근의 물가오름세가 심각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금통위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낮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오다 지난해 8월 ‘통화정책 정상화’에 돌입했다.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11개월동안 8번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중 6번의 회의에서 총 1.7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렸다.
금통위가 ‘빅 스텝’이라는 이례적 통화정책을 단행한 것은 물가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 압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6.0% 뛰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6%대인 물가오름세가 이미 높은 수준인 데다 확산정도도 보다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폭도 크게 확대되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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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 등도 금리 인상의 근거로 거론된다. 원화 약세로 수입물가가 더 오르면 또다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 원화 가치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일단 미국과의 격차는 0.50∼0.75%포인트까지 커졌다. 하지만 연준이 오는 26∼27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대로 다시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는다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0.00∼0.2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이 총재는 “금리역전 발생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면서 “격차 수준 자체는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기에 대해 “앞으로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주요국 성장세 약화의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2.7%)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또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승률도 5월 전망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 당시 올해 경제성장률을 2.7%,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제시했는데, 오는 8월 전망에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더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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