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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이슈 물가와 GDP

“고물가 고착 우려에 대응”···한은, 사상 첫 ‘빅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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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총재 “6% 물가 경기 관련없이 너무 높아”

한은, 성장률 하향·물가상승률 큰폭 상향 시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고물가 대응을 위해 사상 첫 ‘빅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주요국의 긴축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는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6%, 근원인플레이션 4%대는 경기와 관련없이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커진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올렸다. 금통위가 빅 스텝에 나선 것도, 세 차례 연속(4·5·7월) 기준금리 인상을 실시한 것도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최근의 물가오름세가 심각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금통위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낮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오다 지난해 8월 ‘통화정책 정상화’에 돌입했다.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 11개월동안 8번의 통화정책방향 회의 중 6번의 회의에서 총 1.7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렸다.

금통위가 ‘빅 스텝’이라는 이례적 통화정책을 단행한 것은 물가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그 압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6.0% 뛰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6%대인 물가오름세가 이미 높은 수준인 데다 확산정도도 보다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질금리의 마이너스 폭도 크게 확대되었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경향신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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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 등도 금리 인상의 근거로 거론된다. 원화 약세로 수입물가가 더 오르면 또다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면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 원화 가치도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일단 미국과의 격차는 0.50∼0.75%포인트까지 커졌다. 하지만 연준이 오는 26∼27일(현지시간) 시장의 예상대로 다시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는다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0.00∼0.2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이 총재는 “금리역전 발생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면서 “격차 수준 자체는 큰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기에 대해 “앞으로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주요국 성장세 약화의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5월 전망치(2.7%)를 다소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또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상승률도 5월 전망치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 당시 올해 경제성장률을 2.7%,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5%로 제시했는데, 오는 8월 전망에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더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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