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2023 레퍼토리 시즌’을 공개했다. 국립극장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웹툰을 원작으로 한 창극부터 로봇이 지휘하는 국악 관현악까지. 전통 예술에 현대의 옷을 입혀온 국립극장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신작 26편을 포함해 총 61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립극장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2023 레퍼토리 시즌’을 발표했다. 국립극장은 2012년부터 1년 단위의 공연 프로그램을 미리 기획해 공개하는 레퍼토리 시즌제를 운영하고 있다.
2022~2023 시즌은 ‘함께 그리는 내일의 출발점’을 목표로 삼았다. 국립극장은 “제작극장으로서 전통 기반의 동시대적 공연예술 창작을 이어가는 한편 ‘다양성’과 ‘공존’을 전제로 모두를 위한 극장으로 나아가는 데 방점을 찍는다”고 설명했다.
로봇은 지휘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지휘자의 ‘부재’를 통해 예술의 의미 묻다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파격적인 실험 정신이 엿보이는 무대를 선보인다. 인공지능(AI)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으로 꼽히는 ‘지휘자’의 자리에 선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협업해 내년 6월 선보이는 공연 <부재(不在)>는 사람 대신 로봇이 포디움 위에 오른다. 로봇이 지휘자를 대신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통해 역설적으로 예술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묻는 공연이다.
김성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 상위 10위 안에 들어있는 지휘자의 영역에 로봇이 도전하는 무대”라며 “로봇이 지휘자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지, 오히려 지휘자의 부재를 통해 관객이 역설적으로 그 존재를 열망하게 될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이 12일 2022~2023 새 레퍼토리 시즌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전경. 국립극장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로봇이 지휘자로 무대에 서는 공연은 국내에선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로봇 ‘에버6(EveR-6)’가 지휘자로 무대에 투입된다. 이동욱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로봇이 지휘자의 동작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인식하고 자연스럽게 사람과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로봇 지휘자’는 김성진 예술감독의 움직임을 본따 지휘한다. 이 연구원은 “실제 지휘자의 동작을 자동 캡처해 로봇의 동작으로 변환할 예정”이라며 “단순히 지휘자를 흉내내는 것을 넘어 지휘자의 의도와 감정, 열정까지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악보에 적용 가능하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오는 9월 한국 창작 음악의 오늘과 내일을 잇는 음악 축제 ‘이음 음악제’를 통해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관현악시리즈Ⅰ<비비드(Vivid) : 음악의 채도>를 시작으로 50여명의 청년 연주자가 꾸리는 <2022 오케스트라 이음>, 다양한 시각의 국악 관현악을 보여주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과 <2022 3분 관현악>까지 9일간 4편의 공연이 이어진다.
60돌 맞은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 대형 신작 들고 돌아온다
국립극장 새 시즌의 첫 무대는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이 연다. 판소리 ‘수궁가’를 재해석해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창극 <귀토>를 오는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공연한다.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은 국립창극단은 2편의 신작도 선보인다. 1950년대를 풍미한 ‘여성 국극’을 소재로 삼은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정년이>(내년 3월)로 ‘웹툰의 창극화’에 첫 도전장을 내민다. 창작 판소리극 <사천가>와 <억척가>로 호흡을 맞춘 남인우 연출과 소리꾼 이자람이 각각 연출과 작창을 맡았다.
올해 선보인 <리어>에 이어 셰익스피어의 희곡도 우리 언어와 소리로 다시 태어난다. 이성열이 연출하고 한승석이 작창한 <베니스의 상인들>이 내년 6월 관객과 만난다. 이성열 연출은 “원작의 인종주의 문제를 탈피하기 위해 ‘샤일록’을 유대인이 아니라 악덕 기업가로 설정해 젊은 기업인들과의 대립 구도로 그려보일 예정”이라며 “코로나19로 지쳐 있는 관객들에게 셰익스피어의 희극으로 건강한 웃음을 선보이겠다”이라고 말했다.
창극단은 이밖에도 창극 <나무, 물고기, 달>과 38년간 이어온 상설 무대 <완창 판소리>, 젊은 소리꾼들이 참여하는 <절창> 시리즈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국립극장 2022~2023 레퍼토리 시즌 포스터. 국립극장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립무용단은 창단 60주년 기념 공연으로 신작 <2022 무용극 호동>을 오는 10월 공연한다. 50여명의 무용단 전 단원이 무대에 오르는 대작이다. 뮤지컬 연출가 이지나가 작품의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손인영 예술감독은 “무용극 장르를 정립한 한국무용의 거목이자 국립무용단의 초대 단장인 송범의 1974년작 <왕자 호동>, 1990년작 <그 하늘 그 북소리>를 잇는 새로운 무용극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평생 전통춤을 수련한 무용수가 자신만의 춤사위로 재해석한 전통을 보여주는 ‘홀춤’은 오는 12월 <홀춤Ⅲ-홀춤과 겹춤>으로 관객과 만난다. 국립무용단의 독창성이 돋보였던 레퍼토리 <더 룸>과 <산조>도 다시 무대에 오른다.
극장 문턱 낮추는 배리어 프리 공연 선보여…차세대 창작진 발굴도
장애인의 문화 향유를 확대하고 장애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베리어 프리(Barrier-free) 공연도 기획공연으로 제작한다.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음악극 <합★체>(9월), 마이크 루의 동명 희곡을 국내 초연하는 연극 <틴에이지 딕(Teenage Dick)>(11월)을 비롯해 총 4편의 작품이 배리어 프리로 공연된다. 장애의 유무를 떠나 작품을 새롭게 감각하는 방법으로써 음성 해설과 수어 통역을 제공한다.
차세대 창작자 발굴·양성 프로그램인 ‘가치 만드는 국립극장’은 이번 시즌에서 첫 결실을 본다. 국립창극단과 국립무용단은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한 창작자들의 작품을 각각 <작창가 프로젝트 쇼케이스>(12월)와 <넥스트스텝Ⅲ-안무가 프로젝트>(내년 4월)를 통해 선보인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지휘자 프로젝트’에 선발된 3명은 <정오의 음악회>에서 지휘봉을 잡는다.
국립극장의 2022~2023년 레퍼토리 시즌은 오는 8월31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총 304일간 이어진다. 티켓은 12일부터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