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23키움)은 올해 리그 최고 투수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까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아직 그릇에 물을 채워 넣지 못했던’ 투수였던 안우진은, 올해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뽐내며 질주하고 있다. ‘요새 야구’ 평가에 다소 인색한 야구계 원로들까지도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스터프”라고 인정할 정도다. 완성도를 떠나 공 자체만 놓고 보면, 실제 KBO리그 역사에 이런 공을 던지는 투수는 없었다.
안우진은 10일 고척 NC전에서 8⅓이닝을 던지며 안타는 2개를 맞은 반면, 무려 11개의 무더기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10번째 승리를 거뒀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종전 2.18에서 2.02까지 내렸다. 최근 5경기에서 35⅓이닝을 던지며 허용한 자책점은 단 3점이다. 반면 삼진은 35개를 잡아냈다.
타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공은 예나 지금이나 ‘제구가 되는 빠른 공’이다. 안우진은 지난해까지 빠른 공은 가지고 있었지만, 커맨드가 원활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는 커맨드까지 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치기 어려운 투수인데 슬라이더가 워낙 날카롭다. 체인지업은 물론, 130㎞대 초반의 커브까지 섞으면서 완급조절까지 하고 있다. 슬슬 던지다 중요한 상황에서는 에너지를 집중시켜 또 6회 이후에도 150㎞대 중반을 찍는다.
이전에는 일단 빠른 계통의 공(패스트볼슬라이더)과 높은 쪽 코스에 집중하면 실마리를 찾는 날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 결과는 안우진의 탈삼진 개수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안우진은 10일까지 총 125개의 삼진을 잡아내 드류 루친스키(NC125개)와 함께 이 부문 선두로 올라섰다. 이닝당 탈삼진 개수가 1개를 넘는다.
외국인 투수들이 득세하고, 토종 ‘닥터 K’들이 점차 힘을 잃어간 이후 탈삼진 영역은 외국인 투수들의 잔치였다. 외국인 선수가 아니면 입장도 힘들었다. 2012년 류현진(당시 한화)이 2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고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 탈삼진 타이틀은 딱 한 번의 예외(2015년 차우찬)를 제외하고 모조리 다 외국인들이 차지했다. 딱 한 번 예외가 있었는데 2015년 차우찬(LG)이었다.
2016년에는 마이클 보우덴(두산), 2017년에는 메릴 켈리(SK), 2018년에는 키버스 샘슨(한화), 2019년에는 조쉬 린드블럼(두산), 2020년에는 댄 스트레일리(롯데), 그리고 지난해에는 아리엘 미란다(두산)에게 각각 타이틀이 돌아갔다. 아무래도 강력한 구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탈삼진 부문에서 국내 선수들은 유독 힘을 쓰지 못했는데 안우진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경쟁은 치열하다. 역시 무시무시한 구위를 자랑하는 루친스키(125개), 윌머 폰트(SSG110개) 등 제쳐야 할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안우진도 여기까지 온 것, 뒤처지지 않고 해보겠다는 각오다. 안우진은 10일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아쉽게 2등을 하는 것보다는 1등을 하는 게 좋다"고 이야기했다.
안우진으로서는 탈삼진 능력을 갈고 닦는 것도 중요하지만,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한 이닝을 소화하는 게 더 큰 관건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승리나 평균자책점에 비해 탈삼진은 이닝소화와 더 밀접한 연관을 갖기 때문이다. 차우찬을 잇는 탈삼진왕, 또는 류현진 이후 국내 선수 첫 200탈삼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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