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스 시대 성큼
스페이스X, 10년 전 기술 개발 쾌거
㎏당 발사비, 8044만 → 184만원으로
경제성 대폭 개선… 국가주도서 변화
군사·안보 목적서 탈피 신시장 개척
러·中·日·英 등 수십년간 개발 경쟁
유럽은 위성통신과 IoT 분야서 두각
걸음마 수준 한국은 국가주도 추진
세계 민간 우주탐사 기업은
英 원웹, 통신위성 648개 발사 예정
한화시스템, 3690억원 투자하며 합류
日 아이스페이스, 2022년 내 달 탐사선 발사
미국의 달 복귀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아르테미스I 로켓. NAS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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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우주로 가는 거란다.”
한 기업의 이미지 광고 카피가 한국 사람에게 요즘처럼 의미 있게 들리는 때가 있었나 싶다. 이 회사가 대한민국의 우주 독자 기술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는 내용인데,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 누리호의 성공 때문에 더 화제가 됐다.
한국이 중요한 우주개발 전환점에 와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영국, 인도 등 앞서 수십년 동안 우주개발을 꾸준히 진행해 온 나라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특히 지금은 옛날처럼 군사·안보 목적이나 국가위상 제고를 위해서만 우주개발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 장기적인 우주개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우주산업이 경제적 타당성을 충분히 지녔다는 이유로 능력 있는 나라는 적극적으로 이를 수행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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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학계와 정부, KDB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기존 국가주도·국방 성격의 우주산업 즉 올드 스페이스(Old Space)가 현재 민간중심·상업화의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이행 중이다.
기술 혁신을 통해 위성 발사의 경제성이 대폭 개선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과거 우주기술은 높은 개발 리스크와 막대한 투자비로 인해 대부분 국가주도로 개발됐다. 전환점이 된 것은 미국 스페이스X다. 2012년 스페이스X의 발사체 재사용 기술 개발 이후 발사 비용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저가 소형위성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대기업과 대학, 스타트업(Startup) 기업 등 민간이 우주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하나의 추진체를 12번 재활용하는 데 성공하며 발사 비용을 ㎏당 1500달러(약 184만5000원)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1980년대 개발된 우주왕복선의 ㎏당 발사 비용은 6만5400달러(8044만원)에 달했다. 또 스페이스X에서 개발 중인 우주왕복선 스타십은 최대 적재량 100t(누리호 적재량 1.5t)에 회당 발사비용 200만달러(24억6000만원)다. 이는 ㎏당 20달러(2만4600원) 수준이다.
미국은 국가와 민간의 우주개발 협업이 가장 활발한 나라다.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는 이제 우주 발사체나 왕복선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보잉 등 민간 회사가 만든 발사체를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우주탐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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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달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 나사의 소형위성 캡스톤도 이 방식으로 발사됐다. 캡스톤을 쏘아 올린 발사체는 로켓랩이라는 미국과 뉴질랜드 합작 우주탐사 스타트업이 만든 것이다.
캡스톤은 3단의 추진체 엔진을 6일간 가동해 지구궤도를 벗어난 뒤 달로 향하는 궤도에 오르면 엔진을 떼어내고 자체 추진력으로 달로 간다. 4개월 후 미국이 캐나다, 유럽, 일본과 건설하려는 달 국제우주정거장 루나게이트웨이(Lunar Orbital Platform-Gateway)가 이용할 궤도에 도착해 적어도 6개월 이상 궤도역학을 시험하는 비행 임무를 수행한다. 캡스톤 위성 역시 미국 민간기업 어드밴스드 스페이스가 설계했으며 향후 운영까지 담당한다.
나사 에임스연구센터 캡스톤프로젝트 매니저인 엘우드 애거시드는 캡스톤 발사 당시 나사TV 실황중계에서 “캡스톤은 달 복귀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와 게이트웨이, 미래 달 탐사의 민간 참여 등의 토대를 쌓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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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우주개발 선진국도 국가주도형에서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변화 중이다. 현재 가장 강력한 국가주도 형식의 우주개발을 진행 중인 중국은 국영기업 중국항공우주과기집단공사(中國航天科技集團公司·CASC)를 중심으로 민간 우주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저궤도 군집위성 시험을 위한 위성을 발사했다.
유럽의 우주 관련 정책은 유럽우주국(ESA)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위성통신과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영국·독일·프랑스 참여가 활발한 편이다. 이 중 영국 기업 원웹은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저궤도 통신위성을 총 254기 발사했으며, 올해 내 글로벌 우주인터넷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한국은 아직 2019년에 만든 우주산업전략에 따라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누리호 발사 등 국가주도형 우주산업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특히 우주개발 관련 기술력이나 정부투입 예산 모두 뒤처져 있다. 세계은행(WB) 등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우주예산은 2020년 기준으로 5억8000만달러(7134억원) 규모다. 우주개발을 선도하는 미국의 예산이 역시 가장 많다. 518억1000만달러(63조7263억원)다. 중국과 유럽이 각각 133억6000만달러(16조4328억원), 81억9000만달러(10조737억원)로 그 뒤를 쫓고 있다.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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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이스X, 위성 1500개 띄워 인터넷서비스
미국의 스페이스X는 뉴스페이스(New Space: 민간·상업화 중심의 우주개발) 시대의 대명사다.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X는 미국은 물론 세계 최대의 우주탐사 기업이다. 이 회사는 재사용 로켓 발사체 팰컨 시리즈로 유명해졌고, 초대형 상업용 유인 우주선 스타십도 만들고 있다. 이 중에서 재사용 발사체는 위성 발사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페이스X는 전 세계에 초고속 위성인터넷망을 구축하는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위성 약 1500개로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소형위성 약 1만2000개를 발사할 예정이다.
블루오리진(Blue Origin)은 아마존에서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이다. 지난해 7월 자체 개발한 로켓 뉴셰퍼드를 활용해 민간인 첫 우주 관광 서비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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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또 다른 자회사인 카이퍼(Kuiper)시스템스를 설립해 스타링크와 비슷한 위성인터넷 서비스 카이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향후 10년간 총 100억달러(약 12조3000억원)를 투자해 위성 총 3236개를 발사할 예정이다.
원웹(OneWeb)은 영국의 위성통신 스타트업이다. 유럽의 다국적 항공업체 에어버스와 합작해 통신위성 648개를 발사한다. 3억달러(약 3690억원)를 투자한 한화시스템도 이 회사 이사진에 포함돼 있다.
플래닛랩스(Planet Labs)는 나사(NASA·미국항공우주국) 출신 연구자가 설립한 미국의 위성 이미지·데이터 전문회사다. 현재까지 위성 462개를 발사해 매일 지구 전체의 고화질 영상을 제공한다. 자체개발한 소형위성 도브를 대규모 군집 운용해 하루 120만장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국방·농업·첩보·감시 등의 목적에 필요한 회사에 판매한다.
일본에는 아이스페이스(ispace)가 있다. 우주탐사와 운송 임무용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2010년 설립된 회사다. 올해 안에 아랍에미리트(UAE)와 합작해 달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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