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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경기 침체 우려에 유가 하락?… 신한금융투자 “4분기에 평균 90달러로 내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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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락 이후 단기 방향성 점검’ 리포트

WTI, 경기 침체 우려에 최근 100달러 밑 급락

“아직 고용시장 견조‧가계 소비 여력 남아”

“미국 드라이빙 수요가 원유 수요 부추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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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New York Mercantile Exchange)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West Texas Intermediate) 8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4.3% 급등한 배럴당 102.73달러(13만3508원)에 마감했다./사진=통로이미지 주식회사(대표이사 이철집)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고공 행진하던 국제 유가가 꺾이는 추세다. 8일 반발 매수세에 오르긴 했지만, 이틀 전만 해도 하루 만에 8% 이상 급락하면서 두 달 만에 최저가로 내렸다. 구리‧알루미늄‧철광석 등 산업 생산에 쓰이는 각종 원자재 가격도 국제 금융시장에서 동반 하락했다.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과 함께 찾아온 경제 불황 공포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침체로 접어들면서 석유와 산업용 금속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원자잿값 인하로 이어졌다.

에너지 관련주 주가도 급락하기 시작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New York Stock Exchange)에서 대형 기업 주식 500개를 포함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S&P500·Standard & Poor's 500 index)의 에너지 업종 지수는 지난달 8일 고점에 비해 현재 27%가량 떨어졌다. 올해 2월 말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탓에 연초와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20%가량 높은 상태다.

일각에선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을 맞이한 지금의 초비상 상황이 제2차 오일쇼크(oil shock‧석유 가격 폭등)가 닥쳤던 19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물가 상승)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초대형 복합위기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유가는 어디까지 내려갈까? 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김상태)가 최근 유가 하락에 관한 분석을 내놨다. 공급 우위를 가져가는 동시에 수요 둔화 우려로 유가가 낮아지는 ‘유가 정점론’이 확산하는 상황이지만, 현시점에서 단기간에 수요가 꺾이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수요 우위에 있고 임금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데다 가계 소비도 빠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한금융투자는 3분기 중순까지는 유가가 하방 경직적 움직임을 보이며 배럴당 100달러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오는 4분기부터 평균 90달러대까지 내려갈 것이라 내다봤다.

‘공급 우위’ ‘수요 둔화’로 유가 하락‘공급 우위’ ‘수요 둔화’로 유가 하락

7일(현지 시각)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13만580원)를 다시 넘어섰다.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2거래일 연속 100달러 밑에서 맴돌다 반등한 것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New York Mercantile Exchange)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West Texas Intermediate) 8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4.3% 급등한 배럴당 102.73달러(13만3508원)에 마감했다. 이틀 전에는 8.24% 급락하면서 거의 2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하회하기도 했다. 당시 장중엔 95.10달러(12만4029원)까지 내려갔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9월 물 브렌트 유(Brent oil) 가격도 배럴당 3.9%(3.96달러) 상승한 103.65달러에 거래됐다. 하지만 브렌트 유 역시 전날 장중 배럴당 98.50달러(12만8464원)까지 떨어진 바 있다. 브렌트 유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4월 25일 이후 두 달여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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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텍사스산 원유(WTI·West Texas Intermediate) 비상업성 순 매수 포지션(Position·위치)와 가격 및 원유 시장 수요와 공급./자료=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스티브 존 해스커)·미국 에너지 정보청(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김상태)



임환열 신한금융투자 투자분석가(Analyst)는 7일 ‘유가 급락 이후의 단기 방향성 점검’ 리포트(Report‧보고서)를 통해 유가 급락 원인을 ‘공급 우위 전환’과 ‘수요 둔화 우려’ 두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유가 공급에 관해서 그는 “2분기부터 세계 원유 시장이 공급 우위로 전환된 데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에너지 수요 둔화 전망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면서 원유 매도세가 가팔라졌다”며 “지난 5월 이후 유가는 순매수세가 꺾이며 120달러대에서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급을 둘러싼 불확실성에도 시장은 우려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 않다. 서방 국가의 러시아 원유 제재에도 중국과 인도가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기 시작하며 원유 제재가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에너지 수요 둔화 우려도 유가 급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영국, 유로존(Eurozone‧유로 사용 지역) 등 주요국이 고강도 긴축을 예고하면서 금융시장에는 경기 침체 공포가 드리워졌다”며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고물가가 지속되면 소비자 구매력이 약화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동시에 기업 투자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다만, 공급에 있어선 상황이 달라질 여지를 남겼다. 러시아 원유 감소가 현실화하더라도 대체 시장을 통해 세계 전체 원유 공급이 유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임 투자분석가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유 생산능력이 있는 산유국을 중심으로 시추공 수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제재 완화가 이뤄지면 추가적인 공급 증가가 기대돼 공급 부담 완화에 따른 ‘유가 정점론’이 확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 수요가 단기간 꺾이지 않을 듯”

이처럼 최근 공급 우위가 지속되고 미국과 유로존 등 선진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가 반영된 까닭에 유가가 큰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지만, 신한금융투자는 수요가 단기간 꺾이는 일은 없을 거라 판단했다. 고용시장이 아직 견조하고, 계절적 수요 유입이 있어서다.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국제 유가는 고점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임환열 투자분석가는 “현재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는 분위기와 다르게 미국 고용시장은 유례없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침체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진 2분기 주 평균 신규 실업 수당 청구 건수는 20만건에 불과하다”며 “평균 50만건을 넘는 과거 경기 침체기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은 여전히 수요 우위에 있고, 임금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며 “원유 수요는 고용 경기와 동행하는데, 리오프닝(Re-Opening‧경기 재개)에 따른 대면 서비스 고용 확대 추세를 고려할 때 연내 원유 수요 급감은 제한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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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경기 침체 기간 및 비농가 취업자 수와 원유 소비./자료=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스티브 존 해스커)·미국 에너지 정보청(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김상태)



그는 이연 수요 역시 국제 유가가 고점을 형성하는 데 떠받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 유가는 3분기 중순까지 하방 경직적 움직임과 함께 배럴당 100달러 초반에서 등락하다가 4분기 평균 90달러로 내려올 것이라 짚었다.

임 투자분석가는 “실질소득 감소와 소비심리 위축 등 소비 환경이 악화하더라도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연 수요가 소비 경기 하단을 지지한다”며 “가계 소비에서 서비스 비중을 고려할 때 적어도 3분기까지는 이연 수요로 견조한 서비스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솔린 소비는 지난달부터 주춤하지만, 여름철 드라이빙(Driving‧운전) 수요 유입 등에 추세적으로 빠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전략비축유를 제외한 원유 재고는 과거 5년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경제 정상화에 따른 경제 활동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여름철 미국 드라이빙 수요 유입은 원유의 하방 경직적 흐름을 지지한다”고 피력했다.

유가 전망, 글로벌 금융기관은 모두 달라

유가를 바라보는 글로벌 금융기관 시각은 모두 천차만별이다.

신한금융투자의 전망과 다르게 배럴당 유가가 올해 말 65달러, 내년 말 45달러까지 더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는 곳도 있다. 씨티그룹(Citigroup Inc.‧대표 제인 프레이저)이다. 씨티그룹 투자분석가들은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고 석유수출국기구(OPEC‧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에 속하지 않은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의 생산량 조절이 없는 상황 등을 전제로 유가가 내릴 것이라 분석했다.

씨티그룹의 원자재 리서치(Research‧조사) 글로벌 부문장인 에드워드 루이스 모스(Edward Lewis Morse)는 6일 미국 경제미디어 ‘블룸버그 TV’(Bloomberg·대표 마이클 블룸버그)에 출연해 “미국 뉴욕 맨해튼 섬 남쪽 끝에 있는 금융 밀집 구역 ‘월가’(Wall Street)의 자본시장분석가 모두가 올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낮췄다”며 “(코로나19 봉쇄 해제 뒤에도) 중국 측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평했다. 중국이 올해 원유 비축분을 충분히 늘려왔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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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솔린 소비 및 원유재고./자료=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스티브 존 해스커)·신한금융투자(대표 이영창·김상태)



반면,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회장 제이미 다이먼)는 전혀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유가가 지금보다 3~4배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JP모건은 서방 제재로 러시아가 원유 생산량을 줄일 경우, 배럴당 38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대표 데이비드 솔로몬)도 JP모건과 비슷한 입장이다. 골드만삭스 투자분석가들은 올해 원유 수요 증가세가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 성장세를 앞지를 것이라 봤다.

한편, 국제유가는 아직 고점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은행(총재 이창용)은 오는 13일에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 스텝’(Big Step)을 밟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안예하 키움증권(대표 황현순) 투자분석가는 8일 관련 보고서를 통해 “1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50bp(1bp=0.01%p)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난 4월부터 5‧7월까지 세 차례 연속 인상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고, 50bp 인상 사례도 역사상 최초”라고 말했다.

그는 “물가지수의 전월 대비 수준이 공업제품을 제외하곤 하락했다는 점은 점차 물가 정점을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지만,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아직 높은 점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이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내려가는 양상을 보이지 않는 한 한국은행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가 빠르게 약화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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