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성접대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대표직 수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징계다. 이 대표는 그간 '경고도 과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윤리위를 공격하는 등 징계 불복 의사를 예고해 왔다. 단순히 대표직 수행 여부를 떠나 정치생명과 명예를 타격을 입게 된 이 대표가 재심청구, 법적 소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분간 그의 거취와 관련해 격랑이 일 전망이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8일 오전 2시 45분경, 전날 저녁부터 8시간 가까이 진행된 윤리위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준석 당원에 대하여 당원권 정지 6개월을 의결했다."
이 위원장은 "이준석 당원은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에게 사실확인서 등 증거의 인멸, 위조를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당원은 김 실장이 2022년 1월 10일 대전에서 장모 씨를 만나 성상납 관련한 사실확인서를 작성받고 7억 원 상당의 투자유치를 약속한 증서를 작성한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소명했다"며 그러나 "윤리위는 사실확인서의 증거 가치, 이준석 본인 및 당 전체에 미칠 영향, 당 대표와 김 실장 간 업무상 지휘관계, 사건 의뢰인과 변호사의 통상적인 위임 관계, 관련자의 소명 내용과 녹취록, 언론에 공개된 사실자료 및 정무실장 지위였던 김철근 당원이 본인의 일이 아님에도 7억 원이란 거액의 투자유치 약속증서 작성을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믿기 어려운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준석 당원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이 당원은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4조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결정했다"고 "그간 이준석 당원의 당에 대한 기여와 공로 등을 참작해 위와 같이 결정했다"고 징계양정에 대해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위원회는 징계 심의 대상이 아닌 성상납 의혹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교사를 받아 증거 인멸을 실행한 혐의를 받은 김 실장에 대한 징계는 '당원권 정지 2년'으로 의결됐다.
결과 발표 뒤 이 위원장은 '오늘부터 당원권이 바로 정지되나', '추가로 나온 사실관계가 있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국민의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8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이준석 대표로부터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을 들은 뒤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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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뒤에서 무슨 생각들을 했는지…정확하게 소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윤리위에 직접 출석해 혐의를 소명했다.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이날 JTBC가 '이 대표 성접대 의혹 폭로 배후에 모 정치인이 있었다'는 성접대 의혹 제기자의 주장이 담긴 음성파일을 보도한 것을 언급하며 자신을 정치공작의 피해자로 규정했다.
이 대표는 "한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보고 정말 제가 지난 몇 달 동안 뭘 해온 건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며 "지난 1년 달려왔던 기간 동안에, 달리는 저를 보면서 뒤에서는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었고 또 뭘 하고자 기다려왔던 것아냐"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말 지난 1년 동안의 설움이 아까 그 보도를 보고 복받쳐 올랐다"며 "제가 지금 가서 준비한 소명을 다 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걸 할 마음이나 들지, 혹시나 가가지고 감정이 복받쳐오지 않을지 잘 모르겠다"고 한 뒤 윤리위 회의장으로 입장했다.
회의장 안에서 이 대표는 3시간 가까이 혐의를 소명했다. 이 대표는 회의장에서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의 소명절차에 보시는 것처럼 장시간 동안 성실하게 임했다. 윤리위에서 질문하신 내용들에 제 관점에서 정확하게 소명했다"며 "오늘 이 절차를 통해 당에 많은 혼란이 종식되길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징계 뒤집기 시도 전망…'윤핵관' 흔들기 이어질 듯
이 대표의 말과는 달리 사상 초유의 당 대표 징계가 현실화됨에 따라 국민의힘 내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경고도 과하다는 입장을 취해온 이 대표가 이번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절차적으로 이 대표에게는 세 가지 대응 방법이 있다. 먼저 재심청구다. 국민의힘 당규상 이 대표는 징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윤리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심청구가 있은 날로부터 30일 안에 청구 사항에 대한 의결을 해야 한다.
최고위원회에서 뒤집기를 시도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당 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돼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최고위원 8명 중 과반인 5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마지막 방법은 법원에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결과가 나오면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법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뒀다.
절차적 대응과는 별개로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직간접적으로 이 대표와 맞서온 배현진‧이철규‧장제원 등 '윤핵관' 의원들이 이번 징계를 계기로 본격적인 당 대표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 대표가 직을 유지하는 동안에도 실질적으로 당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윤핵관'들의 공격이 시작된다면, 평소 스타일상 이 대표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도 이 대표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리위 한다고 하니까 신이 나서 지금 모 의원, 모 의원이 계속 방송에 나와서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 신난 분들은 소위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분들인 것 같다. 배 떨어지니까 까마들이 합창하는 상황"이라며 '윤핵관'들에 대한 날 선 말을 쏟아냈다.
지난 22일 윤리위 심의가 본격적으로 개시된 뒤 이어져온 이 대표의 '잠행'에 변화가 있을지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통상 월요일과 목요일에 진행되던 최고위원회의를 지난달 30일과 지난 7일은 열지 않았다. 지난달 27일과 지난 4일 회의를 열었을 때도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하지 않고,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등 노출을 최소화해왔다.
이 대표가 결국 대표직을 상실하게 되면,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되고 국민의힘은 새 대표 선출을 준비해야 한다. 국민의힘 당헌상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임기가 6개월 이상이면 60일 이내에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대표를 선출하도록 돼있지만, 당헌당규를 개정해 2년 임기의 대표를 새로 선출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차기 당권 주자로 여겨지는 이는 김기현‧안철수‧정우택‧정진석 의원 등이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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