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첫 고위 당정 협의회에 참석하여 물을 마시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7일 이준석 대표의 성비위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심의한다. 이 대표는 이날 밤 윤리위에 출석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소명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등 지도부 공개 일정 없이 숨죽이며 이 대표의 징계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번 윤리위 심의 결과는 이 대표의 개인의 정치적 명운은 물론 집권여당 내 권력 지형 변화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경향신문이 국민의힘 의원 및 관계자·윤리위원·이 대표 측 등을 취재한 결과 이날 이 대표에게 내려질 수 있는 처분에 대한 전망은 무징계부터 경징계인 경고, 중징계인 당원권 정지 3개월 이상으로 다양했다. 가장 무거운 징계인 제명이나 탈당 권유를 예측하는 이는 없었다. 징계 여부 결정을 다음으로 미루는 것도 당의 혼란을 더욱 키운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무징계’ 기대하지만
이 대표 측은 윤리위에서 징계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대표는 성상납을 받지 않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며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고, 사실 관계도 입증되지 않았는데 징계를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내엔 경고, 혹은 당원권 정지 1~3개월 징계를 예측하는 이들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에게 “윤리위가 당대표에 대한 징계를 시작한 이상 아무 징계도 하지 않기란 어렵다”면서 “그렇다고 당원권 정지를 시키게 되면 당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파장이 너무 클 수 있다. 경고 정도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징계인 경고로 결론이 나면 이 대표가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고, 이 대표 반대 세력이 사퇴를 촉구하면서 당 내홍이 커질 수 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2019년 자유한국당 시절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괴물 집단”이라고 말했던 당시 김순례 최고위원이 3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사례를 거론했다. 막말보다 이 대표에게 제기된 증거인멸 교사 의혹이 더 큰 잘못이므로 당원권 정지 3개월 이상의 징계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원권이 정지되면 당연히 그 기간동안 대표직도 수행할 수 없다. 당원권 정지 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길어지면, 당대표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징계 나오면 이 대표 물러날까
이 대표가 징계에 어떻게 대응할 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 측은 징계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징계 개시 자체가 부당하다고 보고 있는데다, 물러날 경우 정치적으로 재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 대표 측은 윤리위에서 징계를 내릴 경우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청구하는 등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윤리위 징계는 효력이 멈추고 이 대표는 역공 카드를 쥐게 되지만, 기각될 경우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도 있다.
이 대표가 징계 여부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징계에 크게 반발할 것처럼 여론전을 펼치더라도, 막상 징계로 결론이 난 후엔 물러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당 대변인을 지낸 한 인사는 통화에서 “이 대표가 경고를 받으면 버틸 수 있겠지만 당원권 정지를 받고도 버티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과의 전면전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윤 대통령도 국정 지지도가 (더) 떨어져 부담이 되고, 이 대표는 여권의 적이 될 수 있다.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물러나는 대신에 향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권을 받는 식으로 퇴로를 여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버틸 경우 친윤석열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다 함께 물러나자는 총사퇴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대표 궐위시 차기 당대표는
이 대표가 물러난다면 차기 당권에 대해선 여러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국민의힘 당헌에는 궐위된 당 대표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아 있을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남은 당대표 임기 만큼을 수행하는 당대표를 뽑기 위한 임시 전당대회를 열도록 돼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새 대표 선출 때까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는다. 이 경우 차기 당권 주자군은 김기현·정우택·정진석·안철수 의원 등이 거론된다. 임기가 2023년 6월까지라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지는 못한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릴 수도 있다. 비대위로 올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까지 당을 운영하고, 2024년 총선까지 당을 관리할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여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당권주자를 중심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해 빠른 시일 내에 2년 임기를 가진 당대표를 뽑는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경우 새 대표가 차기 총선까지 관리하게 된다. 당을 빠르게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평가받는다.
조미덥·박순봉·유설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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