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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크라 침공' 후 러시아 '고급인재 유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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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떠나 조지아로 향한 러시아 인력…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조지아, EU 후보국 지위 못 얻어…정치적 혼란 가중

뉴스1

지난 3월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중심부에 있는 GUM 백화점의 폐쇄된 루이비통 부티크 창에 정교회 대성당이 비치고 있다. 지난 2월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게 전례 없는 제재를 가했고 H&M, 맥도날드, 이케아 등 외국 기업의 대거 러시아를 등졌다. 22.03.16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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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러시아 제3의 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서 7개의 나이트클럽을 운영 중이던 드미트리 클리멘코는 지난 3월 돌연 러시아를 떠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의 상황도 심상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새로운 나이트클럽 오픈 막바지 단계에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인구 400만 명의 조지아에는 현재 3만여 명의 러시아인이 거주하고 있다. 벨로루시, 우크라이나인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는 8만 명까지 늘어난다. 이 중 2만~2만5000명은 IT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경제 제재가 심화하자 러시아의 '젊은 두뇌'들은 고국을 탈출하고 있다. 전쟁 이후 러시아가 국가 차원에서 인터넷을 통제하고, 외국 기업이 철수하자 러시아에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재정적으로 안정된 이들은 독일 베를린, 포르투갈 리스본, 영국 런던 등 기술 허브 도시를 택했다. 적은 세금, 자유로운 사업환경 등에 이끌린 이들은 노트북 하나를 들고 조지아로 향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러시아인이 조지아를 도피처로 택한 데는 비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가 컸다. 블룸버그는 이들 대부분이 필요한 서류를 확보하는 대로 조지아를 떠날 계획이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러시아 이민자들을 정착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레반 다비타슈빌리 조지아 경제장관은 "러시아 이민자들을 상대로 철저한 심사를 진행하는 한편, 은행계좌 개설 등 필요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전담팀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러시아인의 유입은 조지아, 조지아의 경제, 그리고 조지아의 디지털 전환에 매우 중요하다"며 "낮은 소득세, 외국 기업에 대한 특별 법인세율, 러시아인에게 익숙한 문화와 언어 등은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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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조지아에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국민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22.06.24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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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러시아에서 온 이들이 얼마나 길게 조지아에 머무를지는 미지수다. 조지아가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얻지 못하며,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며 정치적 혼란은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EU는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에는 EU 가입 후보국 지위를 부여한 반면, 비슷한 시기에 가입을 신청한 조지아에는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조지아 국민들은 정부가 개혁에 실패했기 때문에 조지아가 EU 후보국이 되지 못했다며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조르지 카다기제 전 조지아 중앙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가 러시아에서 탈출하는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며 "조지아는 억압적인 정권으로부터 떠난 이들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마케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다기제 전 총재는 조지아 정부에겐 러시아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의지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지아 정부는 EU 가입 후보국이 되지 못한 것 때문에 러시아에서 탈출한 인재들을 유치하려는 동력을 잃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코스티야 아멜리 체프(20)는 지난 3월 징집될 것을 우려해 러시아를 떠났다. 현재 원격으로 대학 수업을 듣고 있다. 그는 "일단 학위를 따면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웹 개발자인 블라디슬라프 미에지얀스키(25)도 "집단학살 정권(러시아)이 아닌 조지아 정부에 세금을 내는 것이 행복하다"면서도 "다만 3년 후에도 조지아에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주요 러시아 기술회사의 한 고위 간부는 "전쟁 초기 여파가 가라앉는 것을 느낀 일부 근로자들은 이미 복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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