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이슈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①'엄포' 테슬라 ②'타협' 구글 ③'허용' 애플... 재택갈등 3색 대응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무실 복귀" vs "싫다" 노사갈등 격화
테슬라는 머스크가 나서 출근 종용해
애플은 "인재 잃을라" 출근 방침 철회
구글은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는 방식
한국일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머스크 CEO는 지난달 31일 테슬라 직원들에게 '주 40시간 이상 사무실 근무'를 지시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신이 이 메일을 받은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지난 30일 동안 16일 이상 출근에 필요한 뱃지(ID카드)를 사용한 기록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직원은 사무실에서 풀타임 근무해야 합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직원들의 익명 게시판에 "회사가 현장 출근을 강요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직원은 회사에서 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는데, 이메일에는 "당신이 매일 출근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 글을 본 테슬라 동료 직원들은 "너무 부당하다" "과도하다" "무례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①테슬라 "출근 안 할 거면 나가라"


테슬라의 갈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무실 출근이 시작된 미국 주요 기술기업(빅테크)이 겪는 공통적 현상의 한 단면이다. "이젠 코로나가 끝났으니 돌아오라"는 회사, "안 돌아가도 일할 수 있다"는 직원들. 기업은 출근을 하는 게 정상(노멀)이라고 주장하지만, 재택 또는 원격근무의 장점을 맛 본 직원들은 새로운 정상(뉴노멀)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갈등을 타개하기 위해 빅테크들은 기업 특성과 상황에 따라 △출근을 강하게 강요하거나 △재택을 계속 허용하거나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는 식으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갈등이 가장 첨예한 곳 중 하나인 테슬라에선 직원들 동요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원격근무를 원하는 사람은 최소 주40시간은 사무실에서 일해야 한다"며 "아니면 테슬라를 떠나야 한다"고 선포했다.

②애플 "싫다면 강제로 하진 않겠다"


갑자기 정상 출근이 시작되면서 빚어지는 혼란도 무시할 수 없다. 경제지 포춘은 "테슬라의 프리몬트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부족한 주차 공간, 불안정한 인터넷 연결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들은 "회사가 많은 인원을 수용할 준비를 충분히 마치지 않고 갑자기 돌아오라고 했다"며 책임을 회사에 돌리는 중이다.

테슬라는 밀어붙이기를 택했으나 애플은 달랐다. 4월 '주1회 출근'으로 시작해 '월·화·목 주3회 출근'을 하겠다고 밝혔던 애플은 갑자기 복병을 만났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 총책임자였던 이안 굿펠로우 등 핵심 연구인력이 출근 방침에 반발해 회사를 떠나자, 출근 정책을 사실상 철회했다.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사무실 복귀를 강요했다가 유능한 인재만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③구글: 출근 3일+원격 2일 하이브리드


이 때문에 최근 실리콘밸리에선 '절충안' 성격인 2+3 혹은 3+2 형태 하이브리드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5일 중 2일 또는 3일만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방식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세우는 대표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은 4월부터 '주3일 출근, 주2회 원격근무'를 골자로 한 출근 정책을 시행 중이다.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캠퍼스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사흘 출근도 강제적인 게 아니고, 소속 팀과 개인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다"며 "100% 재택을 원하면 그 또한 가능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모델도 정착을 말하기엔 이른 단계다. 전문가들은 △팀원이 흩어져 일하면 관리를 맡은 팀장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고 △한 조직 소속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기 어려우며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하이브리드 모델의 한계도 지적하고 있다. '출근하는 사람'과 '집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같은 급여를 줘야 하는가의 문제도 발생한다. 또 사무실에서 상사 눈에 더 자주 띄는 직원에게 많은 승진 기회가 돌아가는 등 보이지 않는 차별이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대세로 자리잡게 될 것이란 전망엔 이견이 크지 않아 보인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하이브리드 근무가 자리잡을 때까진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면서도 이렇게 예측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사람들이 이미 떠난 똑같은 그 일터로 (곧바로) 돌아가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