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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어 알면 진짜 '영어 고수'…美 좌우 가른 'woke vs awake' [뉴스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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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 워싱턴DC 대법원 앞에서 낙태 또는 임신 중단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들이 양편으로 갈려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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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한국이지만, 미국도 미국입니다. 정치의 정치에 의한 정치를 위한 국민 분열이 심각합니다. 미국은 지난달 ‘로 vs 웨이드’ 판례를 연방대법원이 뒤집으면서 분열의 도가니가 됐습니다. 보수는 ‘낙태’, 진보는 ‘임신 중단’이라 부르는 일을 법적으로 가능하게 한 것이 1973년 로 vs 웨이드 판결이었습니다. 이를 연방대법원이 뒤집으면서 이제 미국의 상당수 주(州)에선 관련 수술이 불법이 될 전망입니다. 이에 찬반을 표하는 시위대가 워싱턴DC 등 주요 도시에서 나란히 격하게 시위하는 장면은 아슬아슬했습니다. 물론, 의견을 기탄없이 표현하고 다른 의견에 반대할 자유 자체가 없는 것보단 두말할 필요 없이 낫습니다.

미국의 주요 매체를 읽다보니 이번 로 vs 웨이드 판결은 여성의 출산 관련 논쟁 그 이상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뉴욕타임스(NYT) 등 여성의 출산 선택권(reproductive rights)을 강력 옹호하는 매체에선 아예 “이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가 화가 난 것 같다면, 맞다, 우리는 분노하고 있다”는 감정적인 내용도 들어가 있습니다. 반면 폭스(Fox News)처럼 보수의 아이콘을 자처하는 곳에선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죠. 미국의 건국 이념인 ‘여럿으로 이뤄진 하나(e pluribus unum)’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지성을 대표하는 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의 최근호에 따르면 이번 ‘로 vs 웨이드’ 판결은 미국의 지금까지의 진보 성향 판결이 뒤집힐 수 있는 전초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진보 진영이 더욱 부글부글하고 있다는 것이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이 진보 성향의 판결을 계속 전복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합법화된 동성 결혼 합법화 등이 대표적입니다. 물론 선택은 각 주(州)의 몫입니다만,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그 자체로 역사적 의미와 무게를 갖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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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당선인. EPA·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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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뉴요커가 최근 집중 분석한 이 문화에 더욱 눈이 갑니다. 일명 ‘워크 문화(woke culture)’입니다. 먼저 여기에서의 ‘woke’라는 단어는 2022년 지금 미국 사회의 맥락에선 단순히 ‘wake’라는 단어의 과거형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Woke culture’를 구글링하니 “인종 차별 등의 문제에 의식을 갖고 깨어있는 것” 정도로 정리가 됩니다. 즉 진보 진영에서 중시하는 젠더 및 인종, 성소수자 차별의 이슈에 이해도를 갖고 관련 행동을 하는 깨어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인 셈이죠. 그러나, 이 역시 보수 진영에선 고운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다고 합니다. 진보 성향의 이슈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도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선 당연히 있기 마련이고, 그럴 권리도 지켜줘야 하니까요.

보수 진영에서 이 ‘woke’라는 말에 반발해 만든 문구가 이것이라고 합니다. ‘awake, not woke.’ “깨어있되 진보 성향의 이슈엔 반대한다” 정도로 해석이 되겠네요. 관련 책도 절찬리 판매 중이고, 보수 관련 집회에서도 단골 문구로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보에서 중시하는 이슈 관련 논란을 꼬집는데도 이 문구가 단골로 등장한다고 뉴요커는 전합니다. 예를 들어 폭스 뉴스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수영 선수가 스포츠 경기에 출전해 승리를 독식했다는 것을 문제 삼으며 ‘awake but not woke’라는 말을 하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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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한 행사에 등장한 'Awake not woke' 문구. [뉴요커 캡처, the New Y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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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1984’ 등을 쓴 조지 오웰이 남겼다는 말입니다.

“당신이 일반적인 정치의 추잡함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이는 어떤 신조를 받아들였다고 할 때, 그 자체만으로 당신이 옳다고 할 수 있는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할 수록, 남들도 다 자기처럼 생각해야 한다며 괴롭히기 십상이다.”

상대의 의견에 귀는 닫은 채 목소리만 키우는 상황에 대한 피로도는 큽니다.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기로 동의하는(agree to disagree), 즉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가 아쉽습니다.

전수진 투데이ㆍ피플팀장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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