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발견 바이러스 대비 변이 약 50개 늘어…예상보다 최대 12배↑
美 CDC, 47개국 서 4106건 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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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재준 바이오전문기자 = 희귀 감염질환을 일으키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진화 속도를 가속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는 지난 2019년 이후 약 3년 만에 돌연변이가 약 50개 새로 발견됐다.
28일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예상보다 최대 12배 빠르게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있다며 '가속 진화'를 겪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포르투갈 리스본 국립 의료원(INSA) 연구팀이 수행해 지난 2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지난 2018년에서 2019년 사이에 발견된 바이러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변이 50개가 더 발견됐다. 연구팀은 일반적으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변이가 매년 1~2개 발생하는 사례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코로나19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같은 RNA 기반 바이러스가 아닌 DNA 기반 바이러스다. DNA는 이중 나선으로 이루어져 유전물질이 복제될 때 변이가 발생해도 오류를 수정할 수 있어 RNA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다.
즉 지난 2018년 이후 매우 적은 숫자의 변이가 발견돼야 정상이다. 그런데 연구팀이 원숭이두창 표본 15개로부터 유전자를 수집해 재구성한 결과 변이가 예상보다 6~12배 더 많았다.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진화하면서 사람에 적응하고 있다는 단서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 5월부터 원숭이두창이 전례 없는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며 "변이로 인해 바이러스가 숙주를 감염시키는 방식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이 확인한 변이 중 상당수가 APOBEC3라는 효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효소는 바이러스가 복제할 때 오류를 일으키도록 해 바이러스가 분해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공격한다.
이와 관련, 미국 의학전문지 '스탯'은 APOBEC3와 만난 바이러스 중 살아남은 일부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발생했고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서 돌연변이 비율이 2018년 이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원인으로 몇 가지 가능성을 설명했다.
우선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2018년 이후 낮은 수준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면서 APOBEC3와 지속해서 싸우면서 새로운 변이가 계속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이미 상당 기간 비 풍토병 국가의 동물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펴졌다가 올해 갑작스럽게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이다. 2017년 나이지리아에서 원숭이두창이 유행한 뒤 아프리카 여러 국가로 이미 퍼졌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4일 기준 전 세계 원숭이두창 감염 사례는 47개국에서 4106건 보고됐다. 같은 날을 기준으로 글로벌헬스(Global.Health)는 풍토병 지역이 아닌 지역에서 전 세계 원숭이두창 감염·의심 사례 4201건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4일 원숭이두창에 대한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언하지 않기로 했다. WHO는 몇 주 후 다시 PHEIC 결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jjs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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