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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해경 최고위 9명 전원 사의…朴 "해경 해체" 이후 최악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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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봉훈 해경청장(치안총감)을 비롯한 치안감 이상 해경 고위 간부 9명이 24일 ‘북 피격 공무원’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24일 인천시 연수구에 소재한 해양경찰청에 적막감이 돌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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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을 비롯한 해경 최고위 간부 9명 전체가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의 수사 책임을 지고 24일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해경 고위 간부들의 일괄 사퇴는 해경 창설 이후 처음이다.



정봉훈 사의 표명에, 치안감 이상 간부 8명 “동참”



정 청장은 이날 오전 11시쯤 전국 지휘관들이 참석한 화상 회의를 열고 “이 시간부로 해양경찰청장의 직을 내려놓겠다”며 사의 의사를 밝혔다.

그는 “최근 우리 조직에 닥쳐온 위기 앞에서 부족하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오랜 고심 끝에 우리 해양경찰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휘부를 구성하는 것 만이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지휘부와 함께 마음을 모으고 단결하여 이 위기를 극복하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건강하고 튼튼한 조직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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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훈 해양경찰청장이 24일 오전 열린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해양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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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단 사의 표명은 예고 없이 갑자기 이뤄졌다. 정 청장이 준비한 입장문을 읽으며 사퇴 의사를 밝히자 치안감 이상 간부 8명이 “동참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사퇴 의사를 밝힌 해경 간부는 청장을 포함해 해경의 치안감 이상 간부 전원이다. 서승진 해경청 차장(치안정감), 김병로 중부해경청장(치안정감), 김용진 기획조정관(치안감), 이명준 경비국장(치안감), 김성종 수사국장(치안감), 김종욱 서해해경청장(치안감), 윤성현 남해해경청장(치안감), 강성기 동해해경청장(치안감) 등이다.

한 해경 관계자는 “예정에 없던 지휘부 회의에 다들 긴장하고 있었는데 정 청장에 이어 고위 간부들이 사의 표명을 하면서 10분도 안 돼 끝났다”고 전했다.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월북 판단 책임 통감



이들의 사의 표명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사망 당시 47세)씨가 2020년 9월 21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 떠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됐다가 하루 뒤 북한군에 피격된 사건 처리 과정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시 해경은 이씨가 피살된 지 1주일 만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그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군 당국과 정보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와 해상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이 근거였다.

그러나 1년 9개월만인 지난 16일엔 “그간 수사상황을 종합한 결과 이씨가 북한 해역까지 이동한 경위와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결과를 뒤집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이씨의 피격 사건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의 공약을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정 청장은 지난 22일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결과 발표에 관련해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국민과 유가족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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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해역에서 북한의 총격으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의 친형 이래진(왼쪽)씨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로비에서 전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기윤 변호사. 이 씨는 이날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비서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죄 등 3개 혐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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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의 유가족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종호 전 민정수석비서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는 “사직 의사를 밝힌 간부 외 당시 사건 책임자였던 총경 2명도 사임해야 한다”며 “윤성현 남해해경청장 등 당시 수사 책임자와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 등 4명을 오는 28일 추가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경 해체’ 이후 초유의 비상사태…대통령실 “반려할 것”



해경 간부들의 집단 사의 표명은 1953년 해경 창설 이후 처음이다. 한 해경 직원은 “2014년 세월호 참사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경 해체를 발표했을 때도 간부들의 집단 사퇴는 없었다”며 “지도부가 이 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다른 해경 직원은 “지휘부가 잘못된 수사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점은 바람직하지만, 사태 수습은 여전히 뒷전인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들의 일괄 사직이 모두 수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경청장은 2020년부터 해양경찰법에 따라 치안감 이상의 해경청 소속 경찰공무원과 해경에서 15년 이상 재직했던 국가경찰공무원 중 치안감 이상 계급을 지낸 인물 주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한 해경 관계자는 “이들의 사의를 대통령이 일괄 수용할 경우 차기 청장을 뽑으려면 최대 3계급 승진을 시켜야 하는 등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사태 수습을 위해서라도 간부들의 사의 표명이 전원 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해경 지휘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순수한 뜻을 존중하지만, 현재 감사원 감사 등 진상 규명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일괄 사의는 반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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