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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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가 6·1 지방선거 다음날 의욕적으로 띄운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23일 위원 구성을 마치고 출범했다. ‘이준석 사조직’ 논란을 뚫고 당 지도부 동의를 얻어 활동을 시작하지만 공천제도 개혁 등을 두고 분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성비위 무마를 위한 증거인멸교사 의혹 등을 받는 이 대표의 흔들리는 입지로 혁신위 활동이 힘을 잃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 부위원장 및 위원 임명안을 의결했다. 초선인 최재형 의원이 위원장, 3선인 조해진 의원이 부위원장을 맡았다. 초선인 김미애·서정숙·한무경·노용호 의원 등 위원 13명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위원회가 구성됐다. 최고위원 7명이 각 1명씩 위원을 추천했고, 최 위원장이 7명을 추천했다. 위원 중에는 70년대생이 5명, 80년대생이 3명으로 70~80년대생이 과반이다.
최 위원장은 최고위에서 “당내 사정을 잘 알고 다양한 시각에서 당을 바라볼 수 있는 분들을 모셨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위원인 구혁모 경기 화성시의회 의원을 안철수 의원으로부터 추천받는 등 국민의당 몫도 배려했다. 최 위원장은 혁신위가 다룰 의제가 정해지면 소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첫 전체회의는 오는 27일 열린다. 이 대표는 “혁신위 활동을 통해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넘어 확실하게 의회에서도 다수가 될 수 있도록 기초를 닦는 역할을 충실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다룰 의제로는 공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시스템 공천’,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당의 가치를 잘 이해하는 ‘으뜸당원’ 도입 등이 꼽힌다. 청년을 비롯한 능력 있는 정치입문 희망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당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이라는 사람이 박근혜라는 유력 정치인에게 픽업돼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정치에 입문할 수 있는 경로가 있었겠느냐”며 “이 사람도 정치를 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게 혁신위”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국민들께 혁신해 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 자체가 좋은 현상”(김용태 최고위원)이라는 기대섞인 반응도 나오지만 당내 입지가 약한 이 대표가 세력 확대를 하려는 것이라며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인사도 많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혁신 과제와 관련해 “세대·젠더 갈등, 젊은층의 정치 참여 외면 등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한다”며 “팬덤정치와 내로남불,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더불어민주당의 패착이라는 진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간접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공천제도 관련 혁신안이 구체화되면 당내 논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 최고위원 추천을 받은 위원들이 추천자 입장을 대변하면 내부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표에 대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징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혁신위 전망을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이 대표 입지가 흔들리면 혁신위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 대표에 관한 논란이 길어지면 혁신위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최 위원장도 정치 경력이 길지 않아 리더십을 발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혁신위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며 “최고위원들이 위원 한 명씩을 추천하는 게 무슨 혁신위인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 다음날 ‘혁신위를 출범해 당 개혁을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윤리위가) 벌써 한 달 가까이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며 윤리위를 향해 날을 세우며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대연·박순봉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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