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구명조끼와 방수복
③조류와 부유물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서 피살된 이대준씨의 배우자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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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2020년 9월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발표했던 해경이 지난 16일엔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번복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2년 전 해경 발표로 ‘월북자 가족’이 됐던 이씨 유족들이 그동안 계속 해경의 ‘월북 판단’에 문제를 제기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진상규명을 약속하면서 달라진 상황 판단이다. 2020년 9월 문재인 정부가 ‘월북으로 판단’한 근거와 국민의힘과 유족이 주장하는 반론을 쟁점별로 정리했다.
이대진씨가 실종 당시 타고 있던 무궁화10호 선미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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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감청에 ‘월북 뜻’ 담겼다는데…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해양수산서기관 이대준씨는 2020년 9월21일 오전 11시30분께 연평도 해상에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됐다. 표류하던 이씨는 이튿날 오후 4시40분께 북방한계선을 넘어가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표류 경위를 설명했다. 실종 시점으로부터 29시간이 지났고, 실종 지점에서 38㎞ 떨어진 해상이었다. 이로부터 5시간 뒤 북한군 단속정이 이씨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하고 주검도 불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정부는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고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북한에 사실관계 확인 통지문을 발송한 뒤인 2020년 9월24일에야 사건을 처음 공개했다. 군은 브리핑에서 △이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했고 △어업지도선에 신발을 버려두고 갔으며 △소형 부유물을 이용했다며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군은 당시 이씨가 자신을 발견한 북한 인사에게 월북 의사를 전달했다는 첩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군 관계자는 “9월22일 4시40분께 북쪽 인원이 실종자(이씨)와 일정 거리를 이격해 방독면을 착용하고 실종자의 표류 경위를 확인하면서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방독면을 착용한 건 당시 코로나19 방역 때문으로 보인다.
군은 ‘이씨가 북한 쪽에 월북 의사를 전달했다’는 내용을 북한군 감청을 통해 입수했다. 북이 이씨를 심문한 내용을 상부에 보고한 내용을 군이 감청을 통해 파악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씨와 북한군의 현장 대화가 아니라 북한 내부에서 보고한 내용을 감청한 것이기 때문에 이 정보를 근거로 “월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국민의힘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티에프(TF)’ 위원장을 맡은 하태경 의원은 2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상부하고 보고한 내용을 저희 당국이 잡은 것이고 이건 전언 정보”라며 “전언 정보는 그냥 부분적 참고사항이지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가 만약 월북 의사를 밝힌 게 사실이라고 해도,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빠른 구조를 위해 진의가 아닌 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티에프 위원인 신원식 의원은 “이씨가 살아야 되겠다 싶어서 월북하겠다고 말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추정 위치도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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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한 구명조끼와 남겨진 방수복
2020년 9월24일 군은 이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점을 월북 추정의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유족과 국민의힘은 이씨가 평소에도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를 착용했으며, 어업지도선 내부 이씨의 숙소에 방수복이 그대로 있었다는 진술을 군과 해경이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는 2020년 10월26일 <일요시사> 인터뷰에서 “나도 항해사로 30년간 근무했다. 죽은 동생도 일등 항해사로, 전문가다. 근무할 때 구명조끼 착용은 의무”라며 “북한으로 들어가려면 체온이 유지되는 잠수 수트를 입지, 구명조끼를 입겠나”라고 말했다. 하 의원도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이씨가 신입 직원들이 오면 ‘방수복을 입지 않고 차가운 바닷물에 들어가면 3시간이면 죽는다’고 평소에 얘기했다”며 “그래서 당시 직원들이 진술서를 썼는데 ‘방수복 입지 않으면 죽는다는 걸 잘 아는 사람이 월북 기도를 했다면 왜 방수복을 방에 두고 그냥 갔냐’(고 썼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일했던 윤건영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순찰 중에 구명조끼를 원래 입고 한다는 말이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제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경도 2020년 9월29일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 때 “동료들은 ‘실종 전 근무 때 이씨가 조타실에서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있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020년 9월29일 오전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수사 중간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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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를 거슬러? 의도된 부유물?
해경은 2020년 9월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이씨가 실종됐을 당시 조석·조류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국립해양조사원·국립해양과학기술원·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국내 4개 기관에 의뢰해 실종 당시 조석·조류를 분석한 결과, 단순 표류하면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4개 기관의 표류 예측에서 거리상 차이는 있지만, 표류 방향은 모두 일치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당시 표류 예측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약 33.3㎞ 떨어진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피살된 것으로 밝혀져,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실제 발견 위치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당시 해경의 설명이었다. 윤건영 의원도 <시비에스> 라디오에서 “국책연구기관 4개가 해류를 조사해보니,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그곳까지 도저히 갈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 의원은 “조류 자료를 준 측에 전제를 확인해보면 이건 이론적인 것이지 실제로 그랬다고 볼 수가 없다. 일기예보가 100% 정확하지 않듯이”라며 “조류 조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상상태로 조류가) 바뀔 수 있다”며 “실제로 부유물에 타고 있으면 자력으로 가는 게 불가능하다. 바다 파도칠 때 튜브 위에 타고 있는 거랑 똑같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스티로폼 같은 부유물에 의지한 채 표류한 상황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부유물에 의지한 것 자체가 미리 계획된 월북이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라는 주장과 서해 해상에서 부유물을 마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이 존재한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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