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0 (금)

피살 공무원 유족 "월북 프레임 만들려 조작 수사…전 정권 국정농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직원 진술도 공개…"방수복 없이 차가운 바닷물 들어가는 건 무리"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고발키로…"기획자 누군지 끝까지 파악할 것"

아시아경제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재조사 결과가 뒤집히면서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유가족 측이 당시 군 당국과 경찰이 수사를 '월북'에 맞춰 꾸몄다고 주장했다.

피살 공무원의 아내, 형 등 유족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전 사건 수사는) 전 정권의 국정농단"이라며 "당시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월북 프레임을 만들려고 조작된 수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이었던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서해상을 표류하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

당시 군 당국의 첩보와 이씨에게 도박 빚이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해양경찰청은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인천해양경찰서는 16일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해경의 첫 수사 결과 발표를 뒤집었다.

유가족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씨가 탔던 어업관리선 무궁화10호 직원들의 해경 진술조서를 제시하며 당시 수사 당국이 편집적으로 증거를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조서에 따르면 한 직원은 당시 경찰 조사에서 "월북하려면 방수복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그 추운 바닷물에 그냥 들어갔다는 것을 통해 월북이 아니라 자살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각방에 방수복이 있지만 이씨의 방에 가보니 방수복이 그대로 있는 걸로 확인됐다"고 진술했다.

또 "9월 21일 1시부터 6시까지 밀물로 물살이 흐르고 있어 그것을 뚫고 북쪽으로 간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며 "월북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오늘 뉴스에서 이씨가 월북했다는 보도를 보고 터무니없는 말이라 깜짝 놀랐다", "정치색이 드러나는 말을 듣지도 못했다",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등 당시 해경은 월북 가능성을 부인하는 취지의 직원들 진술을 확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변호사는 "직원들이 (방수복 없이) 물에 빠지면 저체온증으로 3시간 만에 사망한다는 말도 했으나 이 내용 역시 빠졌다"며 "월북이라는 방향과 달라 이걸 맞추기 위해 증거를 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 전문도 이날 공개됐다.

이씨의 아들은 "'제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다' 세상에 소리치고 싶었는데 대통령님 덕분에 이제야 해본다"며 "제 아버지는 똑같이 세금을 내는 국민이었고 국경일마다 일찍 일어나 직접 국기를 게양하는 애국심이 있는 분이셨다"고 했다. 이씨의 아내는 아들의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시울을 붉혔다.

이와 함께 유족 측은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지침을 하달받았다는 전날 국방부의 발표에 근거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와대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규명하겠다며 지난달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내부에 있던 자료들은 현재 대통령기록관실로 이관됐다.

김 변호사는 "공개가 거부될 시 행정소송·정당 원내대표에게 건의·문재인 전 대통령 고발 등 방법으로 대응할 예정"이라며 "누가 이 사건을 기획한 것인지 끝까지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이 지정한 기록물을 대상으로 최장 30년까지 열람을 제한할 수 있게 규정한다. 다만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는 경우와 관할 고등법원장이 해당 기록이 중요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에는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이날 감사원이 해양경찰청 및 국방부 등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하면서 당시 군 당국과 해경의 수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