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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단독] 尹법제처 '박근혜 논리' 꺼냈다…국회법 사실상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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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야당의 국회법 개정안 추진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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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가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하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 법제처는 조 의원이 14일 대표 발의한 법안의 의견을 묻는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실 질의에 “2015년 정부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사례를 참고해달라”며 “법 집행시 혼란과 갈등이 초래되고 정부 업무의 중대한 차질과 위헌의 소지가 크다”는 과거 박근혜 정부의 입장을 첨부한 서면답변서를 제출했다. 법제처는 답변서에 “다만, 현 단계에서 공식 의견을 내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정치권에선 “윤석열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반대 논리를 차용해 반박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 논리 꺼내 쓴 尹법제처



법제처가 박근혜 정부의 의견을 내세운 건 조 의원의 법안과 2015년 6월 박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의 내용이 일부 조사를 제외하곤 똑같기 때문이다. 두 법안 모두 정부 시행령이 상위 법령인 법률의 취지 및 내용에 합치하지 않으면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부에 변경과 수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검토와 통보에 그쳤던 기존 국회의 권한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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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관련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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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정안은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운영위원장이던 자신의 명의로 발의했던 법안이다.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이 반대하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당시 유 원내대표는 야당이 요구했던 이 법안을 받아들였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을 포함,여야 의원 211명의 찬성을 얻어 무난히 통과됐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며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국민들이 반드시 심판해달라”고 말해 정치권은 큰 소용돌이에 빠졌다. 새누리당은 이후 재상정된 법안 표결에 불참해 개정안은 폐기됐다. 유 전 원내대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났다. 유 전 원내대표에게 ‘배신자’란 낙인이 찍힌 순간이었다.



거부권을 행사한 네 가지 이유



법제처가 언급한 박근혜 정부의 재의 요구서엔 국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네 가지 이유가 조목조목 담겨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국회의 시행령 수정 요청을 정부가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 혹은 독자적 판단이 가능한지에 대한 불명확성 ▶행정입법을 국회 요청에 따라 수정할 경우 헌법상 보장된 정부의 행정입법권 침해로 인한 위헌 소지 ▶행정입법에 대한 법원의 심사권 침해에 따른 위헌 소지 ▶국회의 요청에 따라 행정입법이 수시로 변경될 경우 발생할 정부 업무의 중대한 차질 등을 근거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재의 요구서엔 “혼란”“갈등”“예측 가능성 훼손” 등의 강도 높은 단어들과 함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반박이 담겼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시행령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지 국회가 판단하고 그 수정 권한까지 갖는 건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위헌 가능성이 크지 않단 의견도 있다. 양홍석 변호사는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와 크게 벗어나 위법에 가깝다면 국회가 수정을 요청하는 것엔 무리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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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시행령 통제법이라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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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이 법안을 추진하는 건 지난 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도로 출범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이다.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만을 개정해 애초 인사검증 사무 권한이 없는 법무부에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을 맡겼기 때문이다. 개정안 발의 소식이 알려진 뒤 국민의힘 지도부는 “거대 야당 권력을 극대화한 정부완박(행정부 권한 완전 박탈)이자 대선 불복”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5년 법안에 찬성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도 “당시엔 당론으로 찬성했지만, 위헌적 성격이 강해 이미 그때부터 생각이 바뀌었다”며 가장 앞장서 반대 중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아직 당론 채택 여부를 검토해본 바 없다”며 “야당에 발목잡기 프레임을 씌우려 대통령과 여당이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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