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지난 14일 유튜브를 통해 ‘찐 방탄회식’ 영상을 공개하고 “성장을 위해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사실상의 팀 활동 중단 선언에 전 세계 팬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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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로 데뷔 9년이 된 방탄소년단(BTS)이 14일 밤 올린 유튜브 영상 ‘찐 방탄회식’에서 “성장을 위해 각자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에서 유튜브로 BTS를 지켜보던 팬들도 다소 놀란 소식이었고, 전 세계 언론도 BTS의 새 행보를 앞다퉈 전했다.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뮤직 측은 15일 이번 일과 관련해 “회식 콘셉트로 진행된 것일 뿐 오해”라며 “앞으로 솔로 활동을 많이 하지만 단체활동도 이어간다”고 해명했다. 또 “음악방송 출연도 예정돼 있으며 기타 단체활동 일정이 정리되지 않았을 뿐, 없는 게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다.
‘찐 방탄회식’ 영상은 BTS 멤버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속 얘기를 하는 콘셉트였다. 멤버들은 술과 음식을 즐기며 지난 9년간 겪은 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슈가가 “우리가 ‘오프’ 기간에 들어섰고, 왜 컴백쇼가 없는지 등 방향성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RM이 “‘다이너마이트’까지는 우리 팀이 내 손 위에 있었던 느낌인데, 그 뒤에 ‘버터’랑 ‘퍼미션 투 댄스(PTD)’부터는 우리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더라”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가 되게 중요하고 살아가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쉬고 싶다고 하면 죄짓는 것 같아”
BT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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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멤버 각자가 하고 싶은 걸 좀 더 하고, 개인 음악 작업 등 활동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년간 팀 활동에 매몰돼 소진된 ‘개인’을 채우는 시간을 갖겠다는 의미다. 이런 결정의 이유로 BTS는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들었다. 싱글 ‘다이너마이트’ ‘버터’ ‘PTD’ 등 내놓은 곡마다 글로벌 히트를 기록하며 활동이 폭증했다.
“기계가 돼버린 느낌”(진)이라는 토로까지 나왔다. 특히 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이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질 않고 계속 뭔가를 찍어내야 한다”며 “10년 방탄을 하다 보니 물리적 스케줄을 하면서 숙성이 안 됐다”고 말했다. 슈가는 “내가 느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걸 얘기해야 하는데, 할 말이 없으니까 가사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 RM도 “그 할 말을 만들어낼 시간이 너무 적었다”면서도 “이런 걸 얘기하면 무례한 것 같고, 팬들이 너무 미워할까 봐… 내가 쉬고 싶다고 하면 죄짓는 것 같다”고 했다.
정민재 평론가는 “모든 K팝 아티스트가 같은 상황이다. ‘쉬겠다고 얘기했다가 욕 먹을까 봐’ 걱정하는 건 모두에게 해당하는 얘기”라며 “예전에 서태지가 앨범을 낸 뒤 1년 쉬는 방식을 처음 시도하면서 변화를 만들었다. BTS도 공식적으로 휴식을 선언한 게 다른 K팝 그룹에 좋은 선례가 될 테니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군 복무 앞둔 현실도 고려한 듯
BTS는 데뷔 초부터 또래의 고민을 담은 가사로 공감대를 만들며 ‘메시지 아이돌’로 불렸다. 하지만 최근 히트곡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유엔이나 청와대, 백악관 등과 함께 ‘큰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자리도 많아졌다.
이와 함께 소셜미디어(SNS) 소통과 잦은 콘텐트 업로드 등 팬과의 스킨십으로 친밀감을 쌓았던 BTS인데, 지난 2년간은 팬을 직접 대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이 이야기를 2년 동안 하지 못해서 엄청 답답했다”(슈가), “매사 편하게, 솔직하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게 힘들고 지쳤다”(뷔), “너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다 솔직하게 못하는 점이 항상 죄송하다”(RM)고 털어놨다. 지민은 이야기 도중 울먹이기도 했다.
하이브 주가 |
빅히트뮤직 측은 “글로벌 활동으로 주목도가 높아진 지난 2년간 멤버들의 사소한 발언도 여러 언어를 거치며 오해를 살 수도 있어 멤버 개인 의견 표현이나 직접적 팬 스킨십을 줄인 면이 있다”며 “14일 영상은 멤버들이 그간 못한 이야기를 팬들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로 활동 얘기를 꺼낸 건 군 복무라는 현실적 문제가 더해진 결과로 보인다. BTS는 영상에서 “솔로 활동 첫 주자는 제이홉”이라고 밝혔다. 진은 “난 가장 마지막에 솔로 활동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992년생으로 올해 말까지 입대가 연기된 진은 이달 중 병역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내년 초에 입대해야 한다.
지난 10일 BTS가 챕터 1을 정리하는 앨범 ‘프루프(Proof)’를 내놓고도 하락세를 보인 하이브 주가는 이번 일로 직격탄을 맞았다. 15일 하이브 주가는 전일 대비 4만8000원(-24.87%) 급락해 14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시가총액 약 2조원이 증발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팀 활동을 쉰다고 해도 BTS가 사라지는 게 아니고 솔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빈자리를 거의 다 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영선·김정연·남수현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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