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세계 속 한류

"쉬는것도 죄스러웠다"…BTS가 2년간 말 못했던 이야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BTS, 2년 만에 국내 음악방송 출연 (서울=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오는 10일 발매하는 앤솔러지 음반 '프루프'(Proof) 발매에 맞춰 2년여 만에 국내 음악 방송에 출연한다고 소속사 빅히트뮤직이 3일 밝혔다. 사진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2022.6.3 [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로 데뷔 9년을 꽉 채운 방탄소년단(BTS)이 숨고르기에 들어간다.

BTS는 14일 공개된 유튜브 영상에서 잠정 휴식을 발표했다. 슈가가 "우리가 '오프' 기간에 들어섰고, 왜 컴백쇼가 없는지 등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문을 연 이 영상에서 BTS는 "멤버 각자가 하고싶은 걸 좀 더 하고, 개인 음악 작업 등 활동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년 동안 '다이너마이트'를 시작으로 '퍼미션 투 댄스'까지 팀 활동에 매몰되며 소진된 '개인'을 채우는 시간을 갖겠다는 의미다.



"할 말이 없다, 가사가 안 나와"… K팝 휴식기 선례 될까



가장 큰 이유는 멤버들의 신체적‧정신적 피로도다. 2020년 2월 발매된 '온' 이후 계획했던 대규모 월드 투어가 무산된 뒤, 싱글로 화제성을 노린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이 글로벌 히트를 치면서 늘어난 활동에 "기계가 되어버린 느낌"(진), "예전엔 단체활동과 개인 작업을 병행할 수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병행이 안 됐다"(RM)고 토로했다.



RM은 "K팝 아이돌 시스템이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질 않고, 계속 뭔가를 찍어내야한다"며 "10년을 방탄을 하다보니 물리적 스케줄을 하면서 숙성이 안됐다"고 말하며 오랜 시간 누적된 이야기임을 드러냈다. 슈가는 "내가 느끼고 이야기하고 싶은 걸 얘기해야되는데, 할 말이 없으니까 가사가 안 나온다"고 했고, RM도 "그 할 말을 만들어낼 시간이 너무 적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걸 얘기하면 무례한 것 같고, 팬들이 너무 미워할까봐… 내가 쉬고 싶다고 하면 죄 짓는 것 같다"(RM)고 했다.

정민재 평론가는 "모든 K팝 아티스트들이 같은 상황이고, '쉬겠다고 얘기했다가 욕 먹을까봐' 걱정하는것도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라며 "서태지가 예전에 앨범 낸 뒤 1년 쉬는 방식을 처음 시도하면서 변화를 만든 적이 있는데, BTS도 공식적으로 휴식을 선언한 게 다른 K팝 그룹에게 좋은 선례가 될테니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메시지 아이돌'의 혼란, 빌보드 뚫은 '영어' 가사의 함정



BTS는 데뷔 초부터 또래의 고민을 담은 가사로 공감대를 얻으며 '메시지 아이돌'로 불렸지만,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PTD)' 등 글로벌 히트곡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대신 UN, 청와대, 백악관 등과 함께 '큰 메시지'를 이야기하는 자리가 많아졌다. "어쩌다보니 사회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됐는데, 우리는 걸맞지 않을 수도 있다"며 부담감은 털어놓은 RM은 "버터랑 PTD 하면서는 저희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더라. 혼자서 할 말은 많이 쌓였는데 팀으로서 할 말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다이너마이트 같은 영어곡은 글로벌 작사 작곡가들이 만든 곡이다 보니 본인들 색깔이 나올 수가 없다"며 "그래미 수상을 목표로, 자신들의 색이 아닌 노래로 해외 활동을 너무 많이 하며 소진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인기, 오히려 입 닫은 BTS… "2년간 너무 답답했다"



팬들과 SNS 소통, 잦은 콘텐트 업로드 등 스킨십으로 친밀감을 쌓아오며 '아미와 함께 성장했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BTS지만, 지난 2년동안은 팬을 직접 대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싱글 발매 후 국내 음악방송 활동은 없었고, 유튜브 콘텐트도 과거에 비해 뜸했다. 멤버들의 개인 SNS도 지난해 말에야 처음 생겼다. '떡밥 장인'(덕질할 재료를 많이 던져준다는 뜻) BTS를 좋아했던 팬들은 떡밥이 급격히 줄어든 2년을 보냈다.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세계적인 인기가 오히려 그들이 입을 닫게 한 면도 있다. 이들은 "이 이야기를 2년 동안 못해서 엄청 답답했다"(슈가), "매사 편하게, 솔직하게 하고싶은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게 힘들고 지쳤다"(뷔), "너무 하고싶은 얘기 많지만 다 솔직하게는 못하는 점 항상 죄송하다"(RM)고 털어놨다. 지민은 "팬이랑 이렇게 같이 가는 경우가 특이한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걸 공유할 수는 없는 게 제일 힘들고 슬픈 것 같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빅히트 뮤직 측은 “글로벌 활동으로 주목도가 높아진 지난 2년 동안은 멤버들의 사소한 발언도 여러 언어를 거치며 혹시 오해를 살 수도 있어, 멤버 개인의 의견 표현이나 직접적 팬 스킨십을 줄인 면이 있다”며 "14일 영상은 멤버들이 그간 못한 이야기를 팬들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서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솔로 활동 선언이 미칠 여파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희가 10년차인데, 이런 기조 변화를 언급하는게 자연스럽다. 사실 늦은 편"(RM), "건강한 플랜이니 너무 안좋게, 부정적으로만 생각 안했으면 좋겠다"(제이홉)면서다. RM은 영상 말미에 "저는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잠깐 멈추고 쉬어도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위해서 (휴지기가) 필요한 거라고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블랙핑크도 솔로 활동으로 100만장 가까이 판매고를 올렸었고, 그들이 팀 활동을 쉰다고 해도 BTS가 사라지는게 아니고 솔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빈자리를 거의 다 채울 것"이라며 "더군다나 K팝 아이돌계가 최근엔 탄탄한 중간층을 갖춰서, BTS가 쉰다고 케이팝이 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