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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아웃’ BTS, 활동 중단… “공장식 시스템, 터질 게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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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활동 9년 만에 단체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10일 그간의 활동을 집대성한 선집 앨범 ‘프루프(Proof)’를 들고 컴백한 지 닷새 만이다. 멤버들은 ‘번 아웃(탈진)’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공장식 아이돌 양산 시스템의 문제가 터진 것”이라며 “아이돌 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아이돌을 기획상품이 아닌 아티스트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BTS는 지난 14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단체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해체는 아니지만 “단체 숙소 계약을 종료했다”며 개인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멤버 제이홉부터 내달 미국에서 솔로 데뷔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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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6일 그룹 방탄소년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AF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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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들은 단체 활동 중단 이유를 밝히면서 자신들이 지친 상태임을 강조했다. 리더 알엠(RM)은 “케이팝(K-POP) 아이돌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성숙하게 놔두지 않는다.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니까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랩을 번안하는 기계가 됐다”며 “영어를 열심히 하면 내 역할은 끝났었다”고 했다.

멤버 슈가도 음반 작업 과정이 “항상 괴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 힘든 게 가사 쓰는 것이다. 말(가사)이 안 나온다. 2013년부터 작업하며 한 번도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작업한 적이 없다. 항상 쥐어짰다”고 말했다. 이어 “근데 그 때는 할 말이 있는데 기술적으로 부족해 쥐어짜는 것이었고,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했다.

2013년에 데뷔한 BTS는 2018년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Love yourself 轉 ‘Tear’)’로 미국 빌보드200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보이그룹 최초였다. 이후 발매하는 음반마다 빌보드 정상을 찍었다. 지난달엔 백악관을 찾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아시아 증오범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등 세계적 영향력을 인정받았다.

세계적 인기를 누린 지 4년 만에 활동중단 사태에 이르게 된 데엔 국내 기획사들의 공장식 아이돌 양산 시스템이 이유로 꼽힌다. 현재 K-POP 아이돌 산업은 기획사가 연습생을 뽑아 이들에게 투자한 뒤 데뷔를 하고 나면 투자금과 추가 수익을 뽑아내는 구조다. 수익을 낼 수 있는 기간은 통상적인 계약 기간인 7년이다. 아이돌 그룹의 수익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재계약 없이 7년 만에 해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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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 사옥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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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활동 중단 사태에 대해 “올 게 온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BTS는 기획사에서 정해준 컨셉과 음악을 따르기만 하는 ‘퍼포머’가 아니라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음악으로 전하는 아티스트에 가깝다”며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과 기획사의 공장식 시스템이 충돌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도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고, 본인들이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이며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BTS 스스로가 아이돌 산업 구조 안에서 공장처럼 억지로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오히려 이 문제를 드러낸 것이 다행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앞으로의 음악활동에 진정성이 부여돼 브랜드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김 평론가는 “BTS는 지난 9년 간의 활동으로 이미 개별 팬덤이 탄탄하다. 여기다 개인 활동에 대한 진정성까지 더 드러났으니 인기도나 매출 하락 등은 우려할 요인이 아니다”라며 “하이브 입장에서도 그룹으로만 묶여있던 콘텐츠가 파생화 되니 활용 가능한 지식재산권(IP)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기획사들이 아이돌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 상품’이 아닌 ‘아티스트’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 평론가는 “7년 동안 수익을 뽑아내고 해체하면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좀 더 길게 봐야 한다”며 “가수 개개인을 들여다 보고 지원해야 한다. 각자 하고 싶은 걸 잘했을 때 뭉쳐야 시너지 효과도 나온다. 공장식 시스템은 유지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꿈꾸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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