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 입대도 영향 미친 듯…‘챕터2’ 열 듯
<방탄TV> ‘찐 방탄회식’ 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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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정상 케이(K)팝 그룹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이 단체활동 잠정 중단을 전격 선언하면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데뷔 이래 9년 동안 정상을 향해 달려오면서 정체성 혼란과 창작의 고통을 겪으면서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은 14일 밤 유튜브 채널 <방탄 티브이(TV)>에서 공개한 ‘찐 방탄회식’ 영상에서 자신들의 ‘챕터1’을 정리한다면서 당분간 개별 활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2017년부터 케이팝을 대표하는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발표한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는 미국 빌보드 싱글 차 ‘핫100’에서 1위를 차지했고,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빌보드 뮤직 어워드’ 등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에서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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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멤버들은 이렇게 달려온 시기가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왔다고 토로했다. 리더 알엠(RM)은 “방탄소년단이 ‘온(ON)’과 ‘다이너마이트’까지는 우리 팀이 내 손 위에 있었던 느낌인데, 그 뒤에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부터는 우리가 어떤 팀인지 잘 모르겠더라”고 했다.
알엠 말처럼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는 ‘버블검 팝’(10대를 타깃으로 한 대중음악 장르)으로, 이들의 지향점은 아니었다. 사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힙합 그룹으로 데뷔했다.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에 실었다. 하지만 최근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엠은 “어떤 이야기,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게 없어진 거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프루프 라이브’ 사진. 빅히트뮤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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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케이팝의 구조적인 시스템은 창작의 고통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알엠은 “케이팝도 그렇고 아이돌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을 10년 하다 보니까 숙성이 안 되더라”고 했다. 이로 인해 음악적 결과물이 마음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고민도 전했다.
슈가는 “2013년부터 작업을 해오면서 한번도 ‘너무 재미있다’고 하면서 작업해본 적이 없다”며 “그래도 지금 쥐어짜는 것과 7∼8년 전에 쥐어짜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 그때는 하고 싶던 말이 있는데 스킬이 부족해서 쥐어짜낸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진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26년 전인 1996년, 창작의 고통을 언급하며 최정상 자리에서 활동 중단을 선언한 서태지와 아이들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당시 서태지와 아이들이 활동에 ‘마침표’를 찍었다면, 방탄소년단은 활동에 ‘쉼표’를 찍은 점이 다르다.
단체활동 중단은 멤버들의 입대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은 1992년생으로, 2020년 개정된 병역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입영 연기 추천을 받아 올해 말까지 입영이 연기된 상태다.
글로벌 스타들은 1년 전에 미리 세계 투어 콘서트 등을 계획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입대의 불확실성 때문에 올해 하반기와 내년 팀 단위 계획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탄소년단 새 앨범 <프루프> 콘셉트 사진. 빅히트뮤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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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방탄소년단은 단체 위주로 활동해왔다. 솔로 활동은 믹스테이프(비정규 음반)를 발표하는 정도에 그쳤다. 알엠은 “믹스테이프는 원래 저작권도 없는 것들을 대충 녹음해서 기획사에 (소개용으로) 돌릴 때 쓰던 것에서 유래했다”며 “그런데 그동안 (우리가 낸) 믹스테이프는 노력, 시간, 자본이 웬만한 앨범 이상으로 투입됐다”고 했다.
이어 “믹스테이프라고 했던 콘텐츠들이 앞으로 (정식) 앨범으로 본격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방탄소년단 개개인이 누가 있는지는 (대중이) 잘 모르니까, 우리는 가수이니 음악과 퍼포먼스로 이야기하는 게 가장 임팩트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옛 투 컴’ 티저 갈무리. 빅히트뮤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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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탄소년단은 당분간 멤버들이 개별 활동에 돌입하면서 ‘챕터2’를 연다. 이들은 솔로 앨범 발매,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 등을 통해 ‘방탄소년단 챕터2’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릴 계획이다. 제이홉이 본격적인 솔로 체제의 첫 주자로 나선다. 제이홉은 “기조의 변화가 확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다만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자체 콘텐츠인 웹 예능 <달려라 방탄> 촬영은 단체로 계속 찍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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