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서 개막…사천왕사·황복사지 유물 등 389점 공개
전(傳) 황복사지 삼층석탑 사리장엄구 금제 불상 |
(경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신라 왕성이었던 경북 경주 월성(月城) 동쪽에는 낭산(狼山)이라는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 있다.
경주 남산과 이름이 비슷한 낭산은 '신유림'(神遊林), 즉 신들이 노니는 숲으로 불렸다. 신라 실성왕 12년인 413년 무렵 성역으로 인식돼 나무 한 그루도 벨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처럼 신라인들에게 토착신앙의 성지였던 낭산은 불교가 유입된 이후 사천왕사와 망덕사 등 사찰이 들어서면서 불교 공간으로 변모했다. 왕들이 영원한 안식을 취하는 무덤과 개인이 소망을 비는 기도처로도 활용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역사적으로 중요하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낭산을 재조명하는 특별전 '낭산, 도리천 가는 길'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성림문화재연구원과 함께 15일부터 연다.
9월 12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는 낭산 문화유산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 '전(傳) 황복사지' 삼층석탑 출토 사리장엄구를 포함해 389점이 공개되며, 국보는 '경주 구황동 금제여래좌상'과 '경주 구황동 금제여래입상' 등 2점이다.
사천왕사 출토 녹유신장상 벽전 |
전시는 낭산 위치와 문화유산 분포를 소개한 프롤로그 공간으로 시작한다.
이어 1부 '신들이 노닐던 세계'는 낭산의 종교적 색채가 토착신앙에서 불교로 변하는 과정을 다룬다.
사천왕사와 황복사에 설치된 신장상(神將像)은 불교가 들어온 뒤에도 낭산이 신라 사람들에게 신성한 공간이자 국가 보호를 상징하는 곳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신장상은 갑옷을 입고 칼이나 창을 든 무장을 표현한 조각상이다.
2부 '왕들이 잠든 세상'은 진평왕릉과 선덕여왕릉 같은 왕릉과 세상을 떠난 왕의 명복을 비는 사찰이 낭산에 건립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1942년 황복사지 삼층석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와 불상 일체가 80년 만에 최초로 한곳에서 전시된다.
사천왕사와 전 황복사지 출토 기와 |
마지막 3부 '소망과 포용의 공간'은 낭산이 왕실의 안녕을 비는 곳에서 개인들도 찾아와 기도하는 장소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전한다.
국립경주박물관과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이 각각 소장한 능지탑 발굴 유물을 볼 수 있다. 그중 벽면이나 기단을 장식하는 벽돌인 '벽전'과 석탑 윗부분인 상륜부는 처음으로 일반 관람객과 만난다. 낭산 서쪽 자락에서 발견된 십일면관음보살상과 약사불 좌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에필로그는 오랫동안 발굴조사가 진행됐음에도 여전히 실체를 명확히 알 수 없는 황복사지를 통해 낭산 문화유산을 향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이 신라인들이 각별하게 생각했던 낭산을 접하고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낭산 출토 약사불 좌상 |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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