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취소 나온 라임·옵티머스 펀드와 무엇이 다른가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 취임 후 첫 분조위 결정
"금감원장 바뀌고 분조위 결정 달라져" 업계 의구심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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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조위, 최대 80% 배상…피해자들 “수용 못 해”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분조위는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와 관련해 하나은행에 최대 80% 배상을 결정했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현지 지방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2017년 10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약 1500억원 어치가 판매됐다. 전액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며 개인 444명, 법인 26개사 등 다수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앞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로 100% 투자금 반환 결론이 나왔던 라임 무역금융 펀드나 옵티머스 펀드와 다른 결론이 나온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는 공공기관 확정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했으나 금감원 검사 결과 편입 자산 대부분(98%)을 비상장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에 투자했다. 당시 분조위는 투자자들이 만약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투자자들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며 100% 반환 결론을 내렸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피해자연대 관계자는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존재하지 않는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며 “판매 당시에는 지방정부가 진료비를 지급 보증하는 매출채권(인버짓, In Budget)에 투자하는 것으로 설명했으나 알고 보니 보증하지 않는, 별도의 소송을 해야만 돈을 받을 수 있는 특수 채권(엑스트라 버짓, Extra Budget)이었다. 설명과 완전히 다른 특수채권으로, 이를 제대로 알았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민법 109조 상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결국 피해자들은 분조위 결정에 반발해 민사 소송을 개별로 진행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회원 등이 최근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의 계약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금감원장 바뀌고 판단 달라졌나” 업계 불만도
금감원은 투자금 100% 반환 결정이 나온 라임 무역금융 펀드나 옵티머스 펀드 사례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사건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무역금융 펀드·옵티머스 펀드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사건을 (판매사 책임의 경중을) 비교했을 때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까지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앞서 두 건은 투자 당시에 이미 투자가 불가능했거나 투자 손실이 이미 확정됐음에도 판매사가 펀드를 판매했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는 실제 매출채권이 존재했으며, 설명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비슷한 사건이더라도 금감원 판단이 달라졌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사건 자체는 옵티머스나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나 결은 비슷하다. 그런데도 분조위 결정이 달라졌다”며 “결국 금감원장이 바뀌면서 이런 분조위 결정이 나온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라임 무역금융 펀드나 옵티머스 펀드 관련 분조위 결정은 소비자 보호를 강조했던 윤석헌 전 원장이 재직할 당시 결론이 나온 사안이다. 신임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후 첫 분조위에서는 피해자의 투자책임(자기책임원칙)을 인정하는 결정이 나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동안 사모펀드의 경우 투자자가 투자 판단을 내려 자기책임 원칙이 있음을 강조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한편 역외펀드에 대한 감시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불완전 판매가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미국 디스커버리 펀드 등 사모펀드 사건 상당수가 역외 펀드였다. 역외펀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감독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는 “최근 역외펀드 부실 판매사건은 투자 대상이 운용현황 파악과 사후 관리가 어려운 해외 대체투자 상품이어서 정보력 격차가 더욱 심해졌고, 투자 방식도 재간접 펀드나 DLS 판매 등으로 최소한의 규제마저 회피하는 규제 차익을 누리며 부실 판매 위험성이 더욱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규제 완화와 소비자 보호 간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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