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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가 추진하는 '경찰국' 뭐길래…"80년대냐" 왜 볼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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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가 추진하는 '경찰국' 뭐길래…"80년대냐" 왜 볼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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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장관 1호 지시 '경찰제도개선자문위'
장관 사무에 '치안' 되살리고 경찰 통제 조직 설치 방안
"경찰국 설치는 1991년 제정 경찰법과 충돌" 반발
"법무부 검찰국과는 다르다" 해명 브리핑 예정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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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행안부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이냐."

실명을 쓰는 경찰 내부망에서 최근 올라온 댓글이다. 최근 행안부가 '경찰국(가칭)'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경찰을 통제하려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경찰 내부에서 터져나온 반발의 단면이다. "80년대로 회귀하란 말이냐" "자괴감이 든다" 등 관련 댓글 수위도 높다. 경남경찰직장협의회 24개 관서 회장들은 오늘 처음으로 공식 반대 성명도 냈다.





'행안부 경찰국' 이슈를 쏘아올린 곳은 행안부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다. 이 자문위를 꾸리란 것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1호 지시사항이었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치안·정보에 더해 수사 기능까지 대폭 확대된 '공룡 경찰'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방안을 마련하란 취지였다. 장관 취임식도 하기 전에 떨어진 긴급 지시에 행안부는 부랴부랴 위원회를 꾸려 지난달 13일 첫 회의를 열었다.

황정근 변호사(법무법인 소백)를 위원장으로, 윤석열 캠프 정책위원을 맡았던 윤석대 교수(경남대), 윤석열 후보 사법개혁 공약 보도참고자료를 썼던 정승윤 교수(부산대 법학전문 대학원),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 조소영 교수(부산대 법학전문 대학원), 강욱 교수(경찰대)로 외부위원 6명을 모았다. 이밖에 행안부 차관과 기조실장, 경찰청 기획조정관이 현재 내부위원(3명)으로 회의에 들어가고 있다.

■ 행안부-경찰 '너와 나의 연결고리' 찾기

〈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자문위가 맡은 미션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 찾기다. 한 자문위 관계자는 "국무회의를 통해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있을 수 없다"며 "과거 검찰의 수사지휘 속 법무부장관 지휘를 받는 형태로 간접적인 통제를 받았다면 이 연결고리가 이제 끊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조직법은 법무부 장관에 대해선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한다. 반면 행안부에 대해선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만 돼 있다.

행안부장관은 현재 국가경찰위 부의·재의요구권과 총경 이상 경찰 임용제청권, 경찰청 소관 법률 부의·심의권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자문위는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991년 정부조직법 개정 당시 내무부장관 소관 사무에서 삭제된 조항을 다시 살려내는 일이다. 일각에선 이를 통해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일이라 지금과 같은 야당이 다수인 국회에선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래서 국회 동의 없이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파견지원조직으로 있는 '치안정책관실'을 공식 조직으로 격상하는 방안이다. 장관의 경찰 관련 업무를 보좌하는 곳으로 현재 경찰 4명(경무관급 1명, 경정 3명)이 파견 근무 중이다. 치안 관련 이슈가 있을 때 경찰 측 입장을 전달해 설명하기도 하는 등 공식적으로 명문화된 업무 범위는 정해져있지 않다.

이 조직을 공식직제화해서 행안부장관이 치안 사무에 더 가까이에서 더 풍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하겠단 취지로 읽힌다.


현재 경찰들로만 채워져있는 이 치안정책관실에 어떤 기능까지 주어질지는 아직 백지 상태다. 하지만 기존에 국가경찰위원회의 업무를 재조정해 일부를 가져오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자문위 관계자는 "예산·조직·인사 관련 기능을 모두 관할하는 법무부 검찰국과는 다른 개념인데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이 조직이 지금처럼 경찰들로만 이루어질 것인지 여부 등 인적 구성도 관건이 될 것"이라며 "검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법무부와 달리 행안부 장관이나 정치권의 입김이 더 쉽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무부 직제에서도 검찰국장은 검사만 보임할 수 있도록 규정한 만큼, 행안부 내부 조직이지만 경찰이 수장을 맡도록 직제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또다른 경찰 관계자는 "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예산편성권을 검찰청으로 이관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로 논의가 흐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 "경찰 흑역사로 빚어낸 1991년 경찰법과 정면 충돌"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했던 1991년 경찰청 개청 당시 경찰법 개정 정신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행안부 자문위발로 쏟아지는 논의에 대한 비판적 발언으로 풀이된다.

경찰청은 경찰의 흑역사 위에 태어났다.

경찰청 설치 논의를 촉발시켰던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사진출처=연합뉴스〉

경찰청 설치 논의를 촉발시켰던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사진출처=연합뉴스〉


1991년 경찰법이 생기면서 경찰청이 설치됐다. 과거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 운영 과정에서 경찰이 독재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해온 여러 사건들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독립된 외청으로 생겨났다. 행안부 장관 사무에서 '치안'이 삭제된 것도 이때 일이다. 또 민주적 통제를 위해 국가경찰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경찰청은 인사·법률·예산 등 정책 수립과 관련해선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중요 정책사항을 외부 민간 위원으로 꾸려진 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해 심의 의결 받는 구조가 생겨났다. 경찰 만의 특수한 운영 체계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 같은 구조에서 경찰 제도를 개선한다면서 국가경찰위와 한마디 상의도 없다는 것 자체가 기존 경찰법 취지를 몰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행안부 장관이 '국 단위' 기구를 새로 만들어 경찰을 직접 통제하겠단 발상이 경찰 독립성을 해칠 것이란 우려는 이 같은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다.

■ 한 달 만에 벌써 결론? '용두사미'인가 '답정너'인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사진출처=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사진출처=연합뉴스〉


자문위가 회의를 진행한 기간은 한 달 정도다. 자문위는 회의를 마무리하고 이달 말까지 행안부에 제출할 권고문 초안 작성을 시작했다. 자문위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주나 다음주중 기자들을 상대로 해명 브리핑을 할 수도 있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언론에서 쏟아내는 비판과 우려들이 대부분 '기우'라 바로잡겠단 취지다.

하지만 급하게 꾸려진 위원회의 구성부터, 회의 기간까지 쫓기듯 진행되는 논의 과정에 대해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이미 방향을 정해놓고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급하게 결론을 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 자문위 관계자는 "이번 자문위는 6월 안으로 큰 방향을 짜서 발표할 것"이라며 앞으로 "제2, 제3의 자문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자문위는 대통령 직속 경찰개혁위원회 설치를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문위 단계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상당 부분 법 개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대통령 직속 기관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문위 결론이 결국 '폭탄 돌리기' 정도로 보일 수 있어 고민이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임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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