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한류 팬들로 이뤄진 봉사단체 회원들이 파티 열어줘
"BTS·이민호의 말에 영향 받아…다른 이들 계속 도울 것"
암 투병 중인 멕시코 BTS 팬 이바나 |
[※ 편집자 주 : '비바라비다'(Viva la Vida)는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중남미에 거주하는 한인, 한국과 인연이 있는 이들을 포함해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는 특파원 연재 코너입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보라색 풍선과 천, 리본으로 꾸며진 파티장 안에 DJ가 틀어주는 방탄소년단(BTS) 노래가 쉴새 없이 울려 퍼진다.
멕시코 푸에블라주에 사는 BTS 팬 이바나를 위한 '15세' 생일 파티다.
전 세계 '아미'(BTS 팬)들이 BTS를 테마로 파티를 여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지만, 지난 11일(현지시간) 열린 이바나의 파티는 좀 더 특별했다.
암과 싸우고 있는 이바나를 위해 멕시코의 한류 팬들이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파티를 준비한 '프로메사스 미노스 아미'의 아나얀시 플로레스 부스타멘테는 1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천사 이바나를 알게 되고,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매우 고마웠다"고 말했다.
'프로메사스 미노스 아미'(Promesas Minoz Army·이하 프로메사스)는 지난 2월 말 탄생한 단체다.
'암 투병' 멕시코 BTS 소녀팬 위한 특별한 성년식 |
멕시코 각지에 사는 BTS와 배우 이민호의 팬 27명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름으로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모였다. 올해 한국과 멕시코 수교 60주년, 주멕시코 한국문화원 개설 10주년을 맞아 양국 문화 교류에 힘쓰겠다는 다부진 취지도 있었다.
회원들의 나이는 14세부터 65세까지. 학생부터 주부, 전문직까지 하는 일도 다양하다.
프로메사스는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위생용품 세트를 나눠주고, 4월 30일 어린이날엔 멕시코 한인후손회의 이름으로 아이들 간식을 나눠주는 등 짧은 기간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바나 생일 파티는 프로메사스의 여섯 번째 프로젝트였다.
플로레스는 멕시코 BTS 팬 페이지 운영자로부터 이바나의 얘기를 듣게 됐다고 했다.
이바나 위한 파티 준비하는 프로메사스 회원들 |
자궁암 말기인 이바나는 최근 병세가 더 악화해 완화치료에 의존하는 상태가 됐다.
12살 이바나의 소원은 BTS를 테마로 15세 생일파티를 여는 것. 멕시코 등 중남미에선 소녀들의 15세 생일에 성년식의 의미를 담아 큰 파티를 연다.
이바나의 어머니와 연락해 이바나가 원하는 것들을 들은 프로메사스 회원들은 때 이른 15세 생일 파티를 기획했다.
보름 동안 각자 역할을 분담해 준비를 마치고 지난 11일 푸에블라 시골 마을에 사는 이바나를 찾아갔다.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널찍한 야외 파티장을 꾸미고 파티 주인공을 위한 화려한 드레스와 가발, 간식, BTS 멤버들의 등신대와 각종 굿즈 등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 파티 비용은 회원들 사비로 충당하거나 기부를 받았다.
이바나 위한 파티 준비하는 프로메사스 회원들 |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함께 가서 이바나를 예쁘게 꾸며줬지만, 성당에 다녀온 뒤 많이 지친 이바나는 준비한 드레스나 가발도 입지 못하고, 파티장 중앙까지 채 들어오지도 못한 채 가까운 의자에 앉아 숨을 골라야 했다.
프로메사스 회원들은 이바나가 특히 좋아하는 BTS 멤버 지민의 등신대를 가지고 BTS 노래를 부르며 이바나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고, BTS 티셔츠를 입은 이바나는 지친 와중에도 좋아하는 스타의 얼굴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이바나의 가족, 친척, 이웃 등 수백 명도 함께 파티장에 와서 힘든 싸움을 하는 이바나를 응원했다.
이번 파티는 꿈은 이룬 이바나는 물론, 이를 도와준 프로메사스 회원들에게도 특별한 의미였다.
BTS 지민 등신대 옆에서 사진 찍는 이바나(왼쪽 두 번째)와 프로메사스 회원들. |
플로레스는 "강한 이바나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또 BTS, 이민호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통해 우리가 많은 것을 나눌 수 있음을 깨달았다. 가슴 깊이 남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했을지 모르는 과거의 나, 과거의 실수들이 모여 만든 오늘의 나, 더 현명해질 수도 있는 내일의 나도 모두 나"라는 BTS의 유엔총회 연설과 "필요한 이들을 돕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품는" 배우가 되겠다던 이민호의 말에 영향을 받아 이러한 봉사활동을 결심했다고 했다.
앞으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사랑으로 누군가를 돕는 일을 이어갈 것"이라는 플로레스는 "BTS 지민으로부터 응원의 메시지를 받고 싶다는 이바나의 남은 소원도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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