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이 쉽게 주인공에 감정이입해 대리만족
천편일률적 설정 난무하면서 표절 시비에도 자주 휘말려]
평범한 여고생이 자고 일어났더니 판타지세계의 드래곤과 영혼이 바뀌어 있었다는 설정의 웹툰 '여고생 드래곤'. /사진=네이버웹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실에선 그저 그런 고등학생이거나 직장인인 주인공. 어느날 사고를 당하거나 목숨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다른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전생의 기억을 지닌 채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한 주인공은 그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실력자로 성장한다.
최근 웹툰과 웹소설판에 쏟아져나오는 판타지물의 흔한 설정이다. 이 같은 장르를 '이세계물' 내지는 '전생물'이라 부른다. 독자들이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시장에서 급속히 비중을 늘려가고 있지만, 대부분 유사한 설정을 차용하면서 표절 시비에 자주 휘말리는 단골 손님이 되기도 한다.
━
카카오·네이버웹툰 점령한 이세계물
━
지난 9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6월 주요 신작 라인업'이라며 작품 4종을 공개했다. '뉴비 매니지먼트', '빙의자를 위한 특혜' 등 모두 이세계물로 분류될만한 작품들이다. "어느날 낯선 이세계로 소환된 용사"라거나 "외계인과 전쟁하던 중 워프에 휘말려 판타지세계에 태어난다"는 등의 설정은 전형적인 이세계물이다.
카카오웹툰만의 문제는 아니다. 네이버웹툰 역시 현재 정식 연재중인 530여편의 작품 중 판타지 장르가 120여편으로 23% 가량을 차지한다. 이 중 대부분은 게임 유튜버로 살다가 게임 속에 들어간다거나(나혼자 만렙 뉴비), 미래에서 나타난 후손이 나노머신을 주입해 무림 강자로 거듭난다는(나노마신) 이세계물이다.
이세계물이 인기를 얻는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계물, 환생물 등 퓨전 판타지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주인공이 특별한 계기를 통해 이계로 빙의·환생·이동하면서 시작된다"며 "독자가 빠르게 몰입할수 있고 그런 주인공이 새로운 세상에서 성장하는 모습에 열광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
범람하는 이세계물 속 떨어지는 독창성
━
이세계물의 대표 인기작 '나 혼자만 레벨업'. /사진=카카오웹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실 이런 이세계물이 최근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이세계물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작품은 19세기 작가 마크 트웨인이 쓴 소설 '아서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다. 19세기에 살던 미국인이 중세 영국으로 타입슬림을 해 과학기술을 전파하고 현대 사회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최근 나오는 이세계물들의 포맷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점이다. 현실을 살던 주인공에게 게임 캐릭터 같은 성향이 부여되거나(나 혼자만 레벨업),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판타지 소설 속 드래곤이 됐다는 설정(여고생 드래곤) 등이다. 대부분 판타지 소설의 진부한 세계관이나, 롤플레잉 게임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이처럼 유사한 장르 속 떨어지는 독창성은 끊임 없는 표절 시비가 나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국내 작품간 표절도 자주 발생하지만, 그나마 참신한 설정을 베끼기 위해 일본 작품을 표절하다 네티즌에 의해 발각되는 경우도 흔하게 일어난다.
━
표절 막을 시스템·인력 부족
━
연재 2회만에 표절 논란에 휘말려 중단된 웹툰 '이매망량'. /사진=네이버웹툰 |
주요 웹툰 플랫폼들은 표절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표절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연재를 중단시키는 게 최선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지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다.
지난달 네이버웹툰이 연재를 중단시킨 웹툰 '이매망량'의 경우도 일본 작품 '체인소맨'과 유사하다는 네티즌들의 거듭된 지적이 이어진 뒤에야 실제 조치에 들어갔다. 네이버웹툰 측은 작품 구상 당시 표절 여부를 점검했다고 밝혔으나 네티즌들의 '표절'에 대한 관점에는 한참 못 미치는 판단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표절은 우선 작가에게 귀책 사유가 있지만 작품을 연재하는 플랫폼의 관리·감독 역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면서 "작가들에 대한 윤리 교육 강화, 독자 모니터링단 운영 등에 더해 향후에는 AI(인공지능)을 활용한 표절 차단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전했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