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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코로나 이후 선거 앞두고 뿌린 추경 94조…초과세수에도 빚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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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두고 16.9조·지방선거 앞두고 62조 추경 편성

2021년 이후 추경 네번 중 세번이 선거 앞둔 시점

"선거 직전 돈 푸는 습관…재정 악화 우려"

연합뉴스

국가채무 (PG)
[김민아 제작] 일러스트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3번의 선거를 앞두고 94조원 상당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년간 110조원이 넘는 초과세수가 발생했음에도 국가부채 규모가 줄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다.

◇ 2021년 이후 4번 중 3번이 선거 앞둔 추경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부터 경기가 상당 부분 회복된 지난해 이후 총 4번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 중 3번이 선거 직전에 국회를 통과했다. 애초에 정부가 선거 전에 통과될 수 있도록 추경안을 제출했고, 여야는 추경안의 규모와 내용을 놓고 격돌하다가도 선거일이 다가오면 어떤 형태로든 추경을 통과시킨 결과다.

가까운 사례부터 보면 62조원 상당의 올해 2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이 일요일 저녁인 5월 29일. 6월 1일 지방선거를 단 3일 앞둔 시점이었다.

여야는 손실보상 소급적용 등 문제를 두고 극한의 공방전을 벌였지만, 6월 1일 지방선거 이전에 처리해야 한다는 목표에 대해선 뜻을 함께했다.

이번 추경은 정부안 규모만 해도 59조4천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었지만 국회는 여기서 2조6천억원을 더 추가해 62조원을 만들었다.

선거를 앞두고 소상공인 371만명에 최대 1천만원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 70만명에 200만원을, 법인택시·버스기사 16만명에 300만원을, 저소득 227만가구에 100만원을 주는 추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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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역대 추경 규모
[연합뉴스 자료그래픽]


◇ 선거 앞둔 3번 추경 합치면 93.8조원

올해 1차 추경 역시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추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6조9천억원 상당의 올해 1차 추경 통과일은 2월 21일. 3월 9일 대선을 보름여 앞둔 시점이었다. 대선 선거운동 공식 시작 시점인 2월 15일 이전에 처리하려던 노력이 실패한 결과다.

1차 추경 규모 역시 정부안 단계에서 14조원이었다가 국회 심의·의결 단계에서 16조9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소상공인 332만명에게 방역지원금 300만원을 지급하고 특고·프리랜서, 법인택시·버스기사, 문화예술인에게 50만·100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줬다.

올해 1차 추경은 정부 발표 기준으로 놓고 보면 한국전쟁 도중이던 1951년 이후 71년 만에 1월 추경이었다. 600조원대 세출 본예산을 편성해놓고 한 달도 되지 않아 또다시 추경을 편성한 것이다.

14조9천억원 상당의 2021년 1차 추경 역시 4.7 재보궐선거 직전인 3월 25일에 국회를 통과했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최대 5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내용이 담긴 추경이었다.

지난해 이후 선거 직전에 통과한 3번의 추경 규모를 합산하면 93조8천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61조4천억원, 올해 53조3천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하고도 국가부채가 계속 불어나는 이유로 선거를 앞둔 추경을 꼽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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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안 본회의 통과
[연합뉴스 자료사진]


◇ 추경 요건 논의 실종…국회 심의과정서 수조원씩 증액

최근 들어선 해당 추경이 국가재정법상 편성 요건에 해당하는지 논의도 거의 없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추경의 편성 요건으로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을 들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4.0%를 기록한 지난해 이후 추경 내용을 보면 소상공인 손실보상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제외하고는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편성한 추경을 국회 심의·의결 단계에서 2조∼3조원씩 증액하는 관행 역시 최근 생겼다. 이전에는 국회 감액 범위에서 증액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최근에는 수조원대 증액이 국회 단계에서 발생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자체 분류 기준에 따른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 추이가 2020년 45.4%, 2021년 47.9%, 2022년 49.9%, 2023년 51.1%로 매년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 정상화 성과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인 재정 악화 요인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정 측면에서 가장 잘못한 일 중 하나가 선거를 앞두고 돈을 푸는 습관을 들인 것"이라면서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서로 자기들이 돈을 더 뿌리겠다고 경쟁을 하다 보니 다른 나라들은 다들 재정 정상화를 하고 있는데 혼자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난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그래픽] 국가채무 추이
[연합뉴스 자료그래픽]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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