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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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맞는다. 한 달 간 역대급 ‘국정 압축판’으로 불릴 정도로 국정운영 전 분야에서 굵직한 일정을 소화했다. 초반 국정운영을 읽는 키워드는 ‘소통과 불통’, ‘기회와 한계’, ‘통합과 분열’ 등 상충하는 단어들의 집합이다. 파격 소통 행보만큼 인선 불통이 드러났고, 기회에는 리스크가 따라 붙었다. 본격적인 시험대는 이제 시작이다.
윤 대통령의 취임 첫 달 국정운영은 예고편 없는 본 무대에 가까웠다. 지난 대선이 네거티브 위주로 치러지면서 국정운영의 상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존재감 부족으로 새 정부 밑그림을 알려주는 데 한계를 보였다. 취임 당일부터 곧장 속도전이 펼쳐졌다. ‘취임식·청와대 개방(5월10일) → 코로나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5월16일) →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5월18일) → 한·미 정상회담(5월21일) → 지방선거(6월1일)’ 등 정치, 경제, 외교·안보 등 국정 전 분야의 주요 이슈가 초반 한 달에 몰렸다.
■늘어난 소통, 인사는 불통
가장 가시적인 변화는 소통 분야가 꼽힌다. 윤 대통령은 취임일에 맞춰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서 청와대를 개방했다. 후보 시절 광화문 이전을 공약했다가 당선 10일 만에 용산 이전을 발표하고, 발표 51일 만에 용산에서 집무를 시작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상징하는 청와대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소통 폭을 넓히겠다고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 회견)을 도입했다. 한달 간 도어스테핑이 12회 열렸다. 윤 대통령은 9일에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저는 원래 한 달 됐다 일 년 됐다, 특별한 소감 없이 살아온 사람이고 열심히 해야 한다. 시급한 현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평일 점심시간이나 주말에 시민들과 어울리거나 집무실을 시민들에게 직접 안내하는 등 직접 대면 횟수도 늘렸다. 다만 청사 이전과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는 한 축으로 들었던 민관합동위원회 구성은 늦어지는 중이다.
인사 분야에선 안팎의 비판에도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불통이 드러났다. 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을 주로 기용하는 ‘서·오·남’ 인선 비판이 초기부터 있었지만 줄곧 이를 밀어붙이다 최근에야 일부 노선을 변경했다. 검찰 편중 인사에 대한 대응은 한층 강고하다. ‘윤석열 사단’으로 불린 검사들이 대통령실과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등 곳곳에 포진한 데 대해 여당에서도 우려가 제기됐지만 ‘능력 위주 인선’이라는 기존 입장에선 물러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검찰 출신 인선에 대해 “필요하면 또 해야죠”라고 했다.
■기회, 뒤따라 온 리스크와 한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강윤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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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용산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다. 취임 11일 만으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빠른 시점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움직임으로 한반도 상황의 유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집권 초반부터 한·미 동맹을 고리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됐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포괄적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양국 관계를 끌어올리고 대북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새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의 최우선 성과로 꼽는 것도 이 부분이다. 이후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함께 미사일사격으로 맞서는 등 공동대응을 강화했다.
실제 회담 성과를 평가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중국 리스크가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힌다. 한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 등 한·미 밀착행보로 당장 중국과의 긴장도가 높아질 수 있다. 미국 주도로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한·미·일 공동 대응 기조가 강화되는 것도 중국 자극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이다. 한·일 외교는 과거사 문제로 국내 정치적으로도 예민한 의제를 담고 있어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과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과거 문제에 대해서는 미래에 대한 협력 차원에서 한·일 간에 문제가 저는 원만하게 잘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의 여당 압승을 바탕으로 윤 대통령은 초반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며 정국을 주도할 기회를 얻었다. 다만 지방권력 확보가 여소야대 입법부를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입법을 통한 국정과제 실현은 자주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많다.
■광주에서 외친 통합, 아직 먼 협치
윤 대통령은 통합 행보에서도 눈에 띄는 장면을 남겼다. 취임사에 ‘통합’ 메시지가 빠지면서 시작점에선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분위기가 일부 반전됐다. 윤 대통령 요청으로 5·18 기념식에 여당 의원 90여명이 대거 참석했다. 기념사에서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라고 해 보수정부 대통령으로서 가장 진전된 메시지를 냈다. 이에 앞서 5월16일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국정 운영의 중심은 의회”라며 야당에 손을 내밀었다.
연설과 행사장 밖 국정운영에선 야당과의 협치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여겨진다. 야당의 반대에도 정호영 복지부장관 후보자,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기까지 장기간이 걸렸다. 검찰 편중 인사에 “과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나”(전날 출근길)고 하는 등 진영을 가르는 발언도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에 부여하는 인사정보관리단 출범은 시행령만으로 속전속결로 처리돼 공론을 거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향후 인사정보관리단 운영 과정에서 야당과 지속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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