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무주, 박대현 기자 /송경택 이강유 영상 기자] 키 186㎝에 이르는 16살 소녀가 체육용품점에 들어섰다.
타지키스탄 태권도 대표 팀을 이끌던 전정휘 감독 눈이 반짝였다. '선수 욕심'이 발동했다. 그 자리에서 “태권도 해보지 않겠느냐” 제안했다.
칼림머바 모흐루(28, 타지키스탄)는 고개를 끄덕였다. 12년 전 타지키스탄 소녀는 그렇게 태권도를 시작했다.
"태권도를 타지키스탄에서 접했어요. 고2 때인데 좀 늦게 시작한 편이죠. 제가 키가 크잖아요. 가방 사러 갔다가 전 감독님 눈에 띈거죠. 태권도 해볼 생각 없냐고 물으셔서 (반나절 고민하다) 하겠다고 했어요. 감독님은 지금도 타지키스탄 대표 팀을 이끌고 계세요."
모흐루는 가라데 소녀였다. 어릴 적부터 가라데를 익혔다. 도복끈과 매트와 발차기에 익숙했다. 태권도로 주전장을 바꾼 이유가 궁금했다.
"원래 가라데를 했어요. 다만 효과가 미미했죠. 엄마가 '너무 효과가 없으니 그만뒀으면 좋겠다' '다른 걸 했으면 좋겠다' 하셨는데 마침 감독님이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하신 거에요. 좋은 결과를 만들수 있다 설득하셔서 (태권도로) 바꿨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모흐루는 몸을 낮췄다. 공(功)을 전 감독에게 돌렸다. 롤모델 역시 '감독님'이었다.
"선수로서 롤모델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딱 한 분이에요. 감독님이죠. 타지키스탄에선 운동선수가 술, 담배를 안해요. 감독님도 전혀 안하세요. 저희를 늘 바른 길로 인도해 주시고 좋은 것도 많이 알려주세요. 정말 가족처럼, 아빠처럼 돌봐 주시는 분이라 제 롤모델은 감독님입니다."
한국어가 능통했다. 비결은 유학이었다. 모흐루는 나사렛대 태권도학과에 입학해 종주국 기술을 수련했다. 덤으로 언어까지 익혔다. 어학당에서 바지런히 한국인과 어울렸다.
"나사렛대 태권도학과를 졸업했어요. 입학할 땐 한국말을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죠. 1학년 때 학과와 어학 수업을 병행했어요. 과선배들도 많이 도와줬죠. '오빠 이거 뭐예요?' '저랑 저거 같이 해줘요' 참 많이 괴롭혔어요(웃음)."
태권도 선수로서 최종 꿈이 궁금했다. 자연스레 올림픽을 입에 담았다. "모든 선수들은 올림픽을 꿈꾸죠.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고 수줍게 웃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주최하고 태권도진흥재단과 대한태권도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무주 태권도원 2022 세계태권도 그랑프리 챌린지'가 10일부터 사흘간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 T1 경기장에서 열린다.
한국, 프랑스, 호주, 부룬디 등 15개국 159명이 도복끈을 조인다. 모흐루도 파란 매트를 누빈다. 감독 없이 단신으로 무주에 입성했다.
"다치지 않고 대회를 잘 마치고 싶습니다. 좋은 경험을 했으면 해요." 큰 키에서 뻗는 시원한 기합과 발차기가 기대됐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