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지난달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던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최근 복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무역대표부 고위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완화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인상) 등의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협조를 위해 긴장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28일 업데이트한 미국-대만 관계 개황(fact sheet)에서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We do not support Taiwan independence)”는 기술을 다시 포함했다. 이는 지난달 5일 업데이트된 내용과 달라진 부분이다. 당시 국무부는 기존에 있던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삭제해 대만에 대한 정책이 변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여기는 중국은 미국이 이 문구를 삭제한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하며 도입한 ‘하나의 중국 정책’ 중 일부다. 이 내용에는 중국이나 대만 어느 한쪽이 현 상황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에 반대하며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기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미국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했으며, 하나의 중국 정책에서 멀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국무부가 이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술을 복원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미국이 중국과의 협력 여지를 열어두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러시아 견제에 집중해야 하고 코로나19와 경기부양,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해야 하기에 급격한 관계악화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 제품들에 적용해온 높은 관세율을 완화하려는 최근의 움직임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대중 관세 일부가 소비자와 기업에 더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관세의 철폐 필요성을 거론한 바 있다. 세라 비앙키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도 지난 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중 무역에 있어) 관세 인하와 통상관행에 대한 새로운 조사 등이 포함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한 관세완화는 현재 최우선 과제로 거론되는 물가상승 대책일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협조를 염두에 둔 유화적 제스처로도 해석된다. 친강 주미 중국대사는 앞서 “고율 관세는 중국만 다치게 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도 고통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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