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시리아 주권 침해·긴장 고조" 우려…미국도 "역내 정세 악화"
지난해 9월 만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터키가 자국 안보에 위협으로 간주하는 쿠르드족을 겨냥해 시리아 동북부에서 군사 활동을 재개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러시아와 미국이 만류에 나섰다.
2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은 성명에서 "터키는 이미 복잡한 시리아 상황을 위험하게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시리아 합법 정부와의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런 움직임은 시리아 주권과 영토 보전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시리아 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2011년부터 이어져 온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며 시리아 대외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족 반군도 터키의 공격이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쿠르드족 주도 연합체인 시리아민주군(SDF)은 터키가 공격을 감행하면 인도적 위기가 조성되고 이슬람국가(IS) 소탕 작전이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즐룸 아브디 SDF 사령관은 양측에 긴장을 줄일 것을 촉구하면서 시리아 내전 상황에서 새 공격이 개시되면 난민이 더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SDF는 미국이 2014년 이후 IS 소탕 작전에서 크게 의존해온 단체로, 시리아 내 쿠르드족 민병대(YPG)가 창설을 지원한 조직이기도 하다.
터키는 YPG를 자국이 테러 조직으로 규정한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 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지원 조직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SDF를 일종의 동맹으로 보고 있으나 터키는 적으로 간주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
미국도 터키의 공격 계획에 반대한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시리아에 대한 터키의 공격 계획에 대해 "역내 정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이미 세워진 휴전선을 깰 그 어떤 조치도 일어나선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1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시리아 동북부의 쿠르드 자치정부 장악 지역에서 군사 활동을 재개해 국경을 따라 너비 30㎞ 정도의 완충지대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는 2019년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 자치정부를 공격했다가 러시아의 중재를 통해 YPG가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30㎞ 밖으로 물러난다는 조건으로 휴전했다.
그러나 터키군이 장악한 터키-시리아 국경 지대에서는 터키에 반감을 품은 단체나 개인의 테러가 이어졌고, 터키군은 YPG가 휴전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품어왔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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