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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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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보훈처장 "제복에 박수를…보훈 인식 전환이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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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예우 강조한다고 '꼰대'인가…독립·호국·민주화 어디에도 안 치우칠 것"

"'검사라 발탁' 비판은 억지…尹대통령, '국방과 보훈은 동전의 양면' 두세번 강조"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박민식 보훈처장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수습기자 = 박민식 신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월남전 참전 전사 장교의 아들이자 윤석열 정부 첫 보훈처장인 그는 "제복에 대한 비하 인식을 예우로 바꾸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말했다. 2020.6.2 nowwego@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김지헌 기자 = "미국에서는 20대 현역 군인이 비행기를 타면 주변에서 일어서서 '복무에 감사한다'며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이 왜 꼰대인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보훈에 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을 보훈처장으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박 처장은 베트남전 전사 군인의 아들로서 자신의 경험을 사례로 들면서 보훈의 정체성을 바로잡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처장의 아버지 고(故) 박순유 중령은 베트남전에서 맹호부대 첩보부대를 지휘하다 1972년 6월 전사했다.

그는 "초등학교 매 학년 초 가정환경조사 때 '원호대상자'도 손을 들게 했는데, 그때마다 위축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며 "나라가 나에게 미안해야 하는데 내가 뭔가 잘못한 기분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박 처장은 "보훈은 나라에 헌신한 분들을 예우하는 것이지 빈곤층에 대한 시혜가 아닌데 과거 우리가 보훈과 복지의 정체성을 구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제복에 대한 비하 인식을 예우로 바꾸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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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박민식 보훈처장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수습기자 = 박민식 신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월남전 참전 전사 장교의 아들이자 윤석열 정부 첫 보훈처장인 그는 "제복에 대한 비하 인식을 예우로 바꾸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말했다. 2020.6.2 nowwego@yna.co.kr


구체적으로 ▲ 제대군인 전직지원금 단계적 인상 ▲ 의무복무자 지원 법적 근거 마련 ▲ 군경력 호봉 반영 의무화 ▲ 의무복무자 주택청약 가점 인정 ▲ 의무복무에 대한 학점 인정 등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예우하는 '보훈 문화'가 자리 잡고 확산하도록 각종 용어와 표현을 바꾸는 등 대국민 캠페인을 펼치고 국립묘지를 더 개방적으로 운영·활용하는 데 직원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그는 "외국은 묘지가 여행 명소인 경우가 많고 스포츠 경기가 보훈 의식을 되새기는 현장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문화·스포츠에 보훈을 접목할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보훈 인식 전환의 소신은 윤석열 대통령의 보훈 철학과 당부와도 상통한다고 박 처장은 설명했다.

박 처장은 "대통령은 평소 '국방과 보훈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두세 번 강조하시더라"며 "나라에 헌신한 영웅을 예우하는 보훈이 제대로 이뤄져야 강한 국방도 실현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처장은 검찰을 떠나면서 검사 2년 선배인 윤 대통령과 가까워졌다고 한다.

국정원장, 판사 등을 구속하며 '불도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잘 나가던 박 처장은 2006년 검찰에 사표를 냈다. 당시 대검 검사이던 윤 대통령은 서로 이름 정도만 아는 박 처장을 청사 앞 중국집으로 불러내 '박 검사는 변호사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사직을 만류했다고 한다.

박 처장은 "잘 알지도 못하는 후배를 직접 불러내 욕을 섞어 훈계하면서 사의를 번복하라고 하니 마음이 짠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총선에서) 낙선했을 때도 나를 불러내 이런저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큰형님같이, 어려울 때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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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박민식 보훈처장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수습기자 = 박민식 신임 국가보훈처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월남전 참전 전사 장교의 아들이자 윤석열 정부 첫 보훈처장인 그는 "제복에 대한 비하 인식을 예우로 바꾸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말했다. 2020.6.2 nowwego@yna.co.kr


그러나 자신의 보훈처장 발탁을 두고 '검사 출신의 요직 장악'이라는 비판은 '견강부회(牽强附會)'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박 처장은 "검사 11년을 하고 그만둔 뒤 최근까지 정치를 14년 했다"며 "정치인 출신이라 보훈의 정파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라면 받아들이고 오해를 안 받도록 노력하겠지만 검사 출신이라는 비판은 신경 안 쓴다"고 일축했다.

정치인 출신 보훈처장은 박 처장이 처음이다.

보훈 단체·기관이 '독립계'와 '안보계'로 나뉘며 정치적 논란도 종종 벌어지는 데 대해 그는 "보훈에는 보수도 진보다 없다"며 "보훈처장으로서 독립, 호국, 민주화의 세 분야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 당일 박 처장은 광주로 내려가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 처장은 "대통령도 말씀했듯이 5·18은 국민통합의 등대"라며 "고인은 5·18의 가장 상징적인 인사 중 한 분이라 다른 일정을 조율해서라도 직접 조문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5·18 왜곡처벌법'이 위헌이라는 의견은 굽히지 않았다. 보훈처장 발탁 후 그가 이 법에 반대한 사실이 다시 거론되며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있었다.

박 처장은 '5·18 왜곡처벌법'이 법의 보편성 원리에 어긋나고 표현의 자유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법의 논리가 옳다면 김대중 왜곡처벌법이나 박정희 왜곡처벌법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된다"며 "5·18을 부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형사 처벌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상식의 힘으로 부끄럽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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