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하락에 지친 ‘동학개미’(국내 증시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5월에 1조33억원을 순매도했다. 월간 거래량 기준 개인이 순매도로 마감한 건 올해 처음이다. 사진 제공 셔터스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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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하락에 '동학개미(국내 증시 투자자)'가 백기를 던졌다. 지난달에 '팔자'로 돌아서며 코스피에서 1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지난 4월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7조원어치를 쓸어담았던 동학개미의 변심이다. 소액주주가 많은 삼성전자와 네이버, 카카오 등 565개 종목이 지난달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사자' 모드로 전환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지난달 1조33억원을 순매도했다. 월간 거래량 기준 개인이 순매도로 마감한 건 올해 처음이다. 지난 4월까지 개인은 코스피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지난 1~4월 코스피 시장의 개인 순매수 규모는 17조5737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외국인(10조7235억원)과 기관(7조3281억원)이 던진 물량을 홀로 막아낸 셈이다.
개인이 5개월 만에 ‘팔자’로 돌아선 건 증시가 약세장을 벗어나지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는 2550선(5월12일)까지 밀렸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는 10.13% 하락했다. 커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에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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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인투자자는 외국인이나 기관보다 단기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한 편"이라며 "그간 저점 매수를 노리고 주식을 샀던 개인이 지난달 하순 코스피 지수가 반등했을 때 단기 차익을 실현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빚내서 투자했던 청년층의 투자 손실 공포가 본격화했다는 시각도 있다. 주명희 하나은행 도곡PB센터장은 “이달 코스피가 2550선까지 빠지자 빚내서 투자한 개인들의 투자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며 “그동안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순매도하면서 투자 비중을 줄인 반면, 매수 비중을 늘린 개인이 증시 조정에 따른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교육업체 웰스에듀의 조재영 부사장도 “특히 증권사 대출(신용거래융자)을 이용한 투자자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주식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20~30% 투자 손실에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개인이 증시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며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565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상장 종목(2497개)의 22.6%에 달한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지난달 6만4500원까지 주가가 내리며 최근 1년 고점(8만3300원)보다 22.6% 급락했다. 소액주주가 많은 네이버(26만2500원)와 카카오(8만원) 등도 신저가를 찍었다.
올해 코스피는 10.13%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23.31%)와 S&P500 (-13.85%), 다우존스지수(-9.81%) 등도 급락했다. 제공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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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까지 매물 폭탄을 쏟아냈던 외국인과 기관은 '사자'로 돌아섰다. 지난 4월까지 매달 1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운 기관은 5월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6634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도 1283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지난 2월 이후 3개월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화 약세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외국인이 8주 만에 순매수로 전환했고 기관도 2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2일 달러당 1288.6원까지 밀렸던 원화가치는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 전망이 나오며 지난달 31일 달러당 1238.6원에 마감했다.
엇갈리는 매매 방향만큼이나 외국인·기관과 개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도 달랐다. 외국인은 지난달에 기아(3966억원)와 LG에너지솔루션(2879억원), 우리금융지주(1983억원) 등을 사 모았다. 기관은 LG화학(3576억원)과 JB금융지주(2505억원), 신한지주(1216억원) 등을 담았다. 같은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9994억원)와 LG생활건강(2954억원), LG전자(2643억원)를 샀다.
수익률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이 개인투자자를 크게 앞섰다. 지난달 기관의 순매수 상위 10위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8.5%였고,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평균 수익률은 3.8%였다. 반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0.5%였다.
개인투자자가 '팔자'로 돌아섰지만,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수급적인 측면에서 개인과 외국인·기관 사이 손바뀜이 일어났으나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추세 전환으로 판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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