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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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대중국 연설을 통해 중국이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무역과 기술, 인권 분야에서의 중국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순방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대중국 견제 입장을 분명히 밝힌 데 이어 연일 대중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흐름이다. 다만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조지워싱턴대학에서 대중국 전략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이 계속되더라도 우리는 국제질서에 가장 심각한 장기적 도전인 중국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에 대해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이를 위한 경제, 외교, 군사, 기술력을 모두 갖춘 유일한 국가”라면서 “미국과 중국은 가까운 미래에 서로를 상대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중국과의 관계가 가장 복잡하고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충돌이나 신냉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이 둘 모두를 피하려고 한다”면서 “우리는 주요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봉쇄하거나 중단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다만 “중국의 변화는 국제질서가 제공한 안정성과 기회에 의해 가능했다”면서 “논쟁할 여지 없이 지구 상 어떤 나라도 이로부터 중국보다 많은 혜택을 누리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중국은 성공을 가능하게 한 법과 합의, 원칙, 기구를 강화하기 위해 힘을 사용하기보다는 이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하에서 중국공산당은 중국 내에서 더욱 억압적이고, 해외에서 더욱 공격적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이 국내적으로 대량 감시 체제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해외 80개국에 이를 수출했다고 지적했다. 남중국해에서 불법적인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무역규범을 무시하거나 위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같은 나라와 연대함으로써 주권과 영토보전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당시 중국과 러시아 공군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진입한 사실도 꼬집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우리는 중국이 궤도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에만 의존할 수 없다”면서 “자유롭고 포용적인 국제 시스템을 위한 비전을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을 바꿀 것”이라고도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 전략으로 “우리의 강점인 경쟁력, 혁신, 민주주의와 같은 토대에 투자할 것”이라며 “우리는 공동 목표와 공동의 명분으로 행동하면서 동맹과 파트너라는 우리의 네트워크를 갖고 노력을 일치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의 안보대화체) 정상회의 개최, 미국·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담,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의 안보동맹) 등을 열거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한 우선순위를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인권문제도 강력하게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민족적, 종교적 정체성 때문에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수용소에 수감된 신장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학살과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세계 각국과 국민들과 함께 반대한다”면서 신장과 티베트, 홍콩에서의 인권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내정이라고 주장하지만 틀렸다”면서 “이는 중국이 지속해서 언급하는 유엔 헌장과 모든 나라가 지켜야 할 세계인권선언의 핵심 원칙에 상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이 스파이, 해킹, 기술과 노하우 절취를 통해 군사 분야의 혁신을 발전시키고 감시 국가 체제를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은 조직적인 기술 강제 이전의 대상이 되지만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법치주의의 보호를 받아왔다면서, 이런 상호주의 부족은 용납할 수 없고 지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대만관계법에 따라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책 약속을 지키고 있고,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변한 것은 미국의 정책이 아니라 점점 대만에 강압적인 중국이라고 지적하고, 다른 나라와의 관계 차단, 국제기구 참여 봉쇄, 대만해협의 군사적 행동 등을 언급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런 말과 행동은 지역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고 중국에 화살을 돌렸다.
블링컨 장관은 양국의 이익이 겹치는 부분에서는 중국과 협력하겠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꼽았다. 그는 “중국과 미국은 이란·북한 핵 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다른 나라들과도 그렇게 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핵보유국으로서 각자의 책임에 대해 중국과 직접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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