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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연령 기준 임금피크제 무효" 대법원 판결에, 기업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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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임금피크제를 통해 인건비를 절감해온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이 개별 기업에 관한 것이기는 하지만 임금피크제에 대한 첫 판단인 데다 향후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이번 판결의 '후폭풍'에 촉각을 세우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오늘(26일) 퇴직자 A 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갖고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문을 내고 "임금피크제의 본질과 법의 취지 및 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도외시한 판결"이라면서 "향후 고령자의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청년 구직자의 일자리 기회 감소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경총은 또 "임금피크제는 우리나라의 경직된 임금체계 실태와 고용 환경을 고려해 고령자의 갑작스러운 실직을 예방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연령 차별이 아닌 연령 상생을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고령자고용촉진법은 특정 연령 집단의 고용 유지와 촉진을 위한 조치를 연령 차별로 보지 않는다"며 "법은 60세 정년 연장과 함께 그 대안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하도록 사용자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임금피크제가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업들은 만약 임금피크제가 사라지게 되면 희망퇴직 등이 줄면서 정년을 채우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이에 따라 경영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임금피크제가 폐지될 경우 직원들이 대부분 정년을 채울 것으로 보입니다.

임금피크제로 월급이 깎이는 상황에서도 직장을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장애물이 사라지면 정년까지 갈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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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임금 피크 적용이 만 56세이며 매년 10%씩 깎이는 구조입니다.

삼성화재나 삼성생명, 삼성화재에는 현재 임금 피크를 적용받는 직원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협 금융 계열사 직원들의 경우 만 56세에 임금피크제가 적용될 때 2년 치 연봉에다 추가 혜택을 받고 명예퇴직을 해왔습니다.

다른 보험사나 카드사들 또한 비슷한 연령대에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며 이때쯤 되면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임금피크제 나이가 되면 월급 삭감을 감수하고 남든지 아니면 희망퇴직을 하든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면서 "하지만 임금피크제가 사라지면 대부분 정년까지 채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4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학자금·의료비 지원 등 복리후생은 기존과 동일하게 지원하되 만 55세 기준으로 전년의 임금 대비 10%씩 줄여나가는 방식입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를 만 55세에서 만 57세로 연장하고 임금 감소율도 5%로 낮췄는데 여전히 회사 안팎에서 임금피크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임금 협상을 벌이는 삼성전자 내 4개 노조 공동교섭단은 회사에 임금피크제 폐지를 공식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있다"며 "노동부의 행정 해석 등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이 주요 대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대법원은 개별 기업이 시행하는 임금피크제의 효력 인정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 실질적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대상 조치의 적정성(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 또는 업무 강도의 저감이 있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법 판결은 연령을 이유로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직원이 동일 업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급여 지급 기준 및 복리후생 분야에서 차별을 받는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권의 경우 임금 피크에 들어가면서 경감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대법원이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함에 따라 향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노조와의 논의 및 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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