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유교 교육 공간으로 사용…현판은 한석봉 작품
역락문에서 바라본 옥산서원 무변루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중 한 곳이자 사적인 경북 경주 옥산서원(玉山書院)의 중층 문루(門樓) '무변루'(無邊樓)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1572년 옥산서원 창건 때 함께 세워진 '경주 옥산서원 무변루'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6일 밝혔다.
옥산서원은 경주 양동마을에서 태어난 조선 중기 문신 회재 이언적(1491∼1553)을 모시기 위해 설립됐으며, 무변루는 정문인 역락문 안쪽에 있다.
안동 병산서원 만대루가 개방적인 느낌을 준다면, 무변루는 역락문 쪽에 창문을 달아 외부 시선을 차단하는 듯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2층에 올라 창을 열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무변루는 정면 7칸, 측면 2칸 건물로, 옆에서 보면 'ㅅ'자 모양인 맞배지붕을 올렸다.
아래층은 출입문으로 사용하고, 위층은 지역 유생 교육 장소로 썼다. 1792년 '어제제문'(御製祭文), 1905년 '을사년 옥산서원 통문' 등 문헌에는 무변루가 토론, 휴식, 모임, 숙식 공간으로 이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역사적으로는 경상도 동부 지역에서 사대부들이 공론을 주도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머물 수 있도록 2층에는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온돌방을 두고, 온돌방 옆 가장자리에는 난방이 되지 않는 누마루를 설치했다.
지붕 기와에는 '숭정'(崇禎), '건륭'(乾隆), '도광'(道光) 등 중국 연호가 새겨져 있어 17∼19세기에 수리됐음을 알 수 있다.
경주 옥산서원 무변루 |
무변루는 본래 명칭이 '납청루'(納淸樓)였으나, 이언적 제자이자 선조 재위기인 1585년 영의정에 오른 노수신이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고 전한다. 무변은 북송 유학자 주돈이의 글 '풍월무변'(風月無邊)에서 유래했으며 '경계를 없애는 곳'을 뜻한다. 현판은 당대 명필 석봉 한호가 썼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무변루는 450년 전 지어진 이래 한자리를 지켰고, 유교 문화 창달과 지식 보급에 기여해 역사·건축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며 "중수 연대를 명확히 알려주는 명문(銘文·비석이나 기물에 새긴 글) 기와가 존재하는 점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래층은 삼문, 위층은 방·대청·누마루를 두어 구조가 독특하다"며 "양쪽 끝 누마루를 통해 자연경관을 문루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옥산서원 무변루의 보물 지정 여부를 정한다.
경주 옥산서원 무변루 누마루 |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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