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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인앱결제 강제하던 구글, 데이팅앱 매치그룹엔 외부결제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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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구글플레이 앱이 스마트폰 화면에 떠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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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오는 6월 1일부터 인앱결제 미적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자사 장터에서 삭제하겠다고 밝혔는데, 매치그룹이 운영하는 틴더·힌지·오케이큐피드 등 데이팅 앱이 대상에서 제외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치그룹은 구글을 상대로 반(反)독점 소송도 제기한 상태여서 일각에선 매치그룹이 외부결제 허용 등 구글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치그룹은 지난 20일 구글이 ▲외부결제를 허용하는 자사 앱을 구글플레이에서 차단하거나 삭제하지 않고 ▲추가 결제 시스템 기능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며 ▲현재 인앱결제 시스템이 보유한 결함들을 보완해 나가기로 약속했다며 앞서 구글을 상대로 법원에 신청한 금지명령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매치그룹은 약속에 따른 조건으로 ▲자사 앱의 결제 방식에 구글 인앱결제를 포함하고 ▲구글과 공식 합의에 도달하기 전까지 외부결제 수수료를 구글에 지불하는 대신 에스크로 계좌를 신설해 최대 4000만달러(약 509억2000만원)를 넣어두며 ▲오는 6월 1일부터 발생하는 모든 콘텐츠 판매 수익을 구글에 고지하기로 했다.

구글 측은 “에스크로 예치금은 손해를 대비한 준비금 성격이다”라며 “매치그룹 앱들의 콘텐츠 판매 수익을 추적해 (반독점 소송) 승소 시 그에 대한 수수료를 요구할 방침이다”라고 설명했다.

인앱결제는 소비자가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때 앱마켓 사업자가 개발한 내부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글은 이제껏 게임 앱에 한해서만 인앱결제 적용을 의무화했으나, 지난해 모든 앱으로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히고 올해 4월부터 이를 따르지 않는 앱들의 업데이트를 막고 있다. 다음 달 1일부터는 이런 앱들을 구글플레이에서 아예 삭제하기로 했다.

각국의 앱 개발사들은 최대 30%에 달하는 구글 인앱결제 수수료율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그동안 아웃링크 등 외부결제 방식을 택해왔다. 하지만 최근 강경해진 구글의 태도에 인앱결제를 적용하는 대신 콘텐츠 이용료를 올리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음원, 웹툰 플랫폼 등이 구글 인앱결제를 사용하면서 내는 수수료만큼 콘텐츠 이용 가격을 인상했다.

사실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가장 먼저 도입한 건 애플이다. 애플은 그동안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앱에 인앱결제 적용을 의무화하고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동일한 수수료율을 책정했는데도 구글이 유독 비난을 받는 건 앱 배포 시장 후발주자로서 펼쳐온 전략이 역효과를 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애플이 해당 정책을 채택했을 당시엔 시장이 조성 단계에 있었던 만큼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었지만, 구글의 경우 낮은 수수료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걸 모두가 목격해 ‘돈 벌더니 변했다’는 인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매치그룹도 지난 9일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내며 “처음 시장에 진입할 당시 결제 방식에 대한 선택권을 제공하겠다는 말로 개발자들을 끌어들였던 구글이 지배적 지위에 올라선 지금에 와서는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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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로고와 포트나이트 이미지가 나란히 놓여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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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개발업계는 매치그룹이 구글과 벌이는 소송전에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 2020년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시작한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패소하면서 고전하고 있지만, 앱마켓 사업자들의 인앱결제 의무화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지금은 법원이 매치그룹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네덜란드 당국은 지난해 말 애플에 법정 최고 수준인 5000만유로(약 669억3800만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하고 시정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반독점 분쟁은 해결되기까지 통상 수년이 소요돼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부분의 앱 개발사들에는 크게 유의미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교섭력이 작은 중소 앱 개발사 입장에선 당장 구글플레이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인앱결제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13일 개소한 앱마켓 부당행위 피해사례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신고건 1건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콘텐츠 업체들의 신고는 없었다. 한 국내 업계 관계자는 “피해사례를 신고하면 구글로부터 어떤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며 “규모로 보나 영향력으로 보나 구글은 갑 중에서도 갑으로 구글이 하라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도 쉽게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철회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구글은 지난 20일 공식 블로그에 올린 성명에서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매치그룹의 근거 없는 주장을 성공적으로 반박할 자신이 있다”며 “구글은 매치그룹을 상대로 약관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매치그룹과 구글의 첫 재판은 내년 4월로 예정돼 있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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