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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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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차기 권력 '춘추전국시대'[여의도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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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 홍준표 전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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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앨리스] “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국민의힘 내 차기 권력 구도는 춘추전국시대에 비유할 수 있다. 강력한 차기 권력, 즉 유력하고 압도적인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특정 계파나 세력의 결집 현상도 흐릿하다. 그럼에도 차기 권력의 자리를 노리는 주자는 많다. 여권 내 권력 지분 싸움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통상 대선에서 승리한 집권당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계파가 형성되기 마련이지만 국민의힘 상황은 다르다. ‘정치 새내기’ 윤석열 대통령은 당내 입지가 과거 보수 정당의 대통령들보다 약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민의힘에 입당했고, 약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경력 대부분이 검사인지라 국민의힘 내 세력이 단단하거나 깊지는 못하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되고 대선에 승리하면서 당내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여전히 ‘윤석열계’는 당내 압도적 다수는 아니다. 일부 의원들이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거론되는 수준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0.73%포인트 신승을 거뒀다는 점도 당내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왕정시대에 비유하자면 왕권이 약한 상황인 셈이다.

‘왕권’이 강하지 않지만 지방 ‘호족’들도 힘을 쓰지는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 차기 대선 주자 후보군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전 의원,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이준석 대표 등이다. 대선 주자군은 대중적 인지도는 갖추고 있지만 당내 지분은 약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전 의원, 당시 국민의당 후보였던 안철수 전 위원장을 연이어 꺾은 후 본선에서도 승리하면서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당내 입지에는 물음표가 붙어 있다. 나경원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오 시장 측에는 전직 의원이 한명도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다. 당헌당규상 현직 의원은 경선 캠프에 참여할 수 없다. 나 전 의원 캠프를 두고는 “20대 국회를 방불케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다수의 전직 의원들이 합류했다. 오 시장은 이후 서울시장에 당선됐지만 당내에서 ‘오세훈계’라고 불릴 만한 의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홍준표 전 의원 사정도 마찬가지다. 당대표를 2차례, 대선 후보를 1차례 지냈지만 의원 지지세력은 빈약하다. 지난 대선 경선 때도 의원들 다수가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고, 당원들의 지지에서 윤 대통령에게 밀렸다.

이준석 대표는 ‘30대 당대표’란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당내 지분은 많이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전당대회 승리 과정에서 당내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지지가 근간이 됐다. 측근 의원들은 많지 않다. 대선을 거치면서 ‘이남자’(20·30세대 남성 유권자) 공략 효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점도 입지를 약하게 만든 요소 중 하나다.

안철수 전 위원장 역시 국민의힘 내 지지 기반으로 보면 소수 세력에 가깝다. 여당 대선 주자란 목표를 가지고 보수 대선 후보 단일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이란 과정을 밟았지만 당내 입지는 미약할 수밖에 없다. 과거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물론 미래통합당 및 자유한국당 등 국민의힘 전신 정당과 각을 세워왔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쳐져 만들어진 바른미래당에선 바른정당 계열 인사와 갈등을 벌였다. 이 갈등의 결과로 이준석 대표와 지금도 앙숙이다. 합당 과정에서도 권은희 의원이 이탈한 상황이라 지원해줄 수 있는 국민의당 출신 의원은 2명에 불과하다.

집권여당의 차기 권력이 뚜렷하지 않다보니 당내 의원들도 관망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23일 기자에게 “윤핵관들도 오히려 견제의 대상”이라면서 “의원들은 어디로 가야할지 관망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은 정권 초라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내부 힘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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