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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퓰너 헤리티지 회장 "文, 평양옹호 패착…尹, 안보 베테랑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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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 첫 한ㆍ미 정상회담]

워싱턴 외교 거물 2인의 제언

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당선인 시절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를 접견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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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윤석열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은 향후 외교의 나침반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초석을 어떻게 쌓는지에 따라 한반도 외교의 설계도가 그려진다. 한·미 관계를 그간 지켜봐왔던 외교의 두 거물에게 물었다. 존 햄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과 에드윈 퓰너 미 헤리티지재단 설립자다. 햄리 소장과 퓰너 회장 모두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기대감을 표하며 “이번 첫 한·미 정상회담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이달 초 워싱턴DC에서 진행했다.

“외교는 재즈”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전설적 외교관 리처드 홀브룩이 남긴 말로, 국익이라는 하나의 테마를 위해 연주를 하되 상황과 파트너에 따라 다양한 즉흥 변주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변주의 경험치가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재단 설립자만큼 깊은 이는 찾기 어렵다. 1973년 재단을 설립해 2013년까지 이사장을 역임한 그의 인맥은 국무부부터 의회까지 워싱턴DC 곳곳에 닿아 있다. 헤리티지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싱크탱크이지만 한·미 관계에 있어서는 이념을 뛰어넘어 지한(知韓)을 넘어 친한(親韓)의 견지에서 다양한 조언을 해왔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27일 퓰너를 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접견했다. 퓰너가 40년간 지낸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뒤 재단의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을 맡은 것은 한반도 등 지역이슈에 대한 그의 애정을 반영한다.

그는 첫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실패하기 어려운 회담”이라 평하면서도 “두 대통령이 확실한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 중요한 회담”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는 “북한 문제를 한국이 국제사회와 발맞추어 풀어나갈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것”을 꼽았다.

Q : 이번 첫 정상회담의 핵심은.

A : “조 바이든 대통령이 첫 아시아 순방으로 한국을 찾는 것은 의미가 크다.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 기조는 미국과 합치(in alignment with)하고,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이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방한에서 두 정상이 함께 종합적으로 조율된 대북 정책의 필요성을 선언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과) 외교를 추구하지만 비핵화를 향한 진전에 따르는 혜택을 조건으로 한 정책이어야 한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제들은 주한 미국 대사로 지명된 필립 골드버그를 포함한 양국의 핵심 당국자들이 다 인지하고 있는 문제다. 이를 양국 지도자가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Q : 각 정상이 내놓을 핵심 메시지를 꼽는다면.

A :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의 핵 도발 등으로부터 동맹국 한국을 지키겠다는) 확장억제 의지가 분명하다는(unequivocal) 점을 확인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공언(affirm)하는 방식으로 호응하면 좋겠다. 공동의 안보 위협을 다루기 위한 (한·미·일) 3자 협력을 위해 한·일 관계 개선은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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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워싱턴=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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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임기를 막 시작한 윤 대통령의 첫 100일간,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꼽아달라.

A : 첫째는 상세하고도 확실한 대북 정책의 확립이다. 중요한 것은 유엔의 대북 제재를 준수하는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외교를 위한 노력은 계속하되 (대북) 제재 완화와 그에 따른 경제적 이득은 유엔 대북 제재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둘째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다. 한·일 양국의 역사 이슈는 잘 알고 있으나 21세기 공동의 당면 과제인 안보 위협과 역사 문제는 별개로 가져갈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는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서 할 수 있는 더 큰 역할을 찾아내고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다.

Q : 한국의 보수 정권 집권이 한반도 및 역내 외교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하나.

A : “문(재인 전 대통령) 정부는 유엔 대북 제재를 위반하고 (북한의) 위협과 모욕을 무시하고 한국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평양을 옹호하는 유화 정책을 추구했다. 패착이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가 아닌) 한국의 (대북 제재와 관련해) 은행 및 기업이며 정부 기관을 직접 접촉해야 할 필요까지 느꼈었다. 국제사회 및 미국의 국내 법에 따른 대북 제재 관련 사항을 그들에게 리마인드하기 위해서였다. 윤 대통령 정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잘못된 조언에 따른 평화 선언 또는 전시작전통제권(OPCON) 조기 전환 등은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서 대북 및 대중 정책에 있어서 더욱 실용적이고도 원칙이 살아있도록 하는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느 정부나 그러하듯 윤석열 정부 역시 앞으로 많은 이슈들을 직면하게 되겠지만,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인선을 보면 모두 경험이 풍부하고 공직 생활도 오래한 베테랑들이다. 현명한(sage) 조언을 할 것으로 본다. ‘사람이 곧 정책’이란 말이 있는데, 윤 대통령의 사람들을 보면 매우 훌륭한 정책이 기대된다.”

Q : 한·일 관계 실타래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A :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막후에서 한국과 일본이 양자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일 관계는 언제나, (양호할 때조차도) 일정 부분 긴장 관계였지만 최근 수년간은 양측 모두 잘못된 선택을 해서 관계 악화를 초래했다. 윤석열 정부는 우선 강제 징용 판결 문제와 관련해 법원 측에 의견서(amicus brief)를 보내면 어떨까 생각한다.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고려해달라는 취지로 말이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 위기에 처했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미·일뿐 아니라 다자간 공동 군사훈련 역시 추진하면 좋겠다. 일본 역시 움직여야 한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풀어야 한다.”

Q : 한·중 관계 전망은.

A : “윤 정부에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는 큰 게 분명하고, 미국과도 갈등은 적어질 것이고 정책 기조가 합치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중국의 잘못된 행동들(misbehavior)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데 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으며 이는 중국과 더 큰 긴장을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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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뮈원장이 15일 평양시 내 의약품 공급과 판매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대동강 유역에 위치한 약국을 찾은 모습. 귀에 걸린 마스크 끈이 2개로 확인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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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A : “문 전 대통령 집권 동안 북한은 기록적인 수준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을 감행했으며 이는 모두 유엔 결의에 위배됐다. 앞으로도 이런 도발은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의할 점은 북한의 앞으로의 도발을 두고 일각에서 ‘윤 대통령의 대북 강경 정책 기조 때문’이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 것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정책 기조 때문이 아니라, 이미 그 전 정부에서부터 북한은 도발 수위를 높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워싱턴DC=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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