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후 행불자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5.1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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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광주 폭동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
불과 3년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의원들이 연루된 '5.18 망언' 논란에서 나왔던 얘기들이다. 당시에도 비판을 받았지만 5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윤석열 정부에서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모든 참모진과 내각,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원을 대동하고 광주를 찾았다. 앞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모욕하는 행태는 더이상 발붙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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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YS, 1995년 '민주화운동'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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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윤 대통령은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저는 오월 정신을 확고히 지켜나갈 것"이라며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가기념일이자 첫 지역 방문으로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전원 등 참모진은 물론 각 부처 장관들과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체가 대통령의 특별열차에 동승해 광주로 내려왔다. 처음 있는 일이다.
파격적인 윤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에 새삼 과거 보수진영이 5.18을 대했던 태도가 주목된다. 5.18 민주화운동은 진보 진영에 끊임없이 동력을 제공한 '마르지 않는 우물' 같은 기반이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 상징 같은 사건이기에 보수정권에서도 그 정통성을 인정했다. 1995년 김영삼 정부 때 특별법을 제정해 광주 5.18 항쟁을 '민주화운동'으로 정의한 게 대표적 사례다.
역대 보수정권 대통령들도 광주를 직접 찾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5월18일 "민주화의 성지, 빛고을 광주에서 5.18 운동을 거친 민주화의 불길은 87년 민주항쟁으로 타올랐고 마침내 이 땅의 민주화를 이뤄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18일 "영령들께서 남긴 뜻을 받들어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이 희생과 아픔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5.18역사왜곡처벌농성단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18 망언 의원들의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2019.7.1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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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망언, 보수진영 21대 총선 참패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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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보수진영 일각의 '망언'은 끊이지 않았다. 2019년 2월 국회에서 열린 '5.18 공청회'에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폄훼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당이 진화에 나섰지만 해소되지 못했고 그 여파는 결국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참패로까지 이어졌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본격적인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서진'(西進) 정책을 내세운 김 전 위원장은 호남에 강한 구애 정책을 폈고 국민 통합 차원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보수 정치권의 전향적 자세를 주문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 당시 지도부는 '호남특위'를 만들고 5.18 묘역 참배는 물론 적극적 호남 껴안기에 나섰다. 2020년 8월 섬진강 물난리가 나자 지도부가 의원들과 당직자 등을 이끌고 더불어민주당보다 먼저 호남에 달려가 봉사를 했다.
같은 달 80대인 김 전 위원장이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한 게 상징적이었다. 2021년 6월 이준석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부터는 5.18 참배와 광주, 호남을 끌어안는 행보는 일상이 됐다.
(광주=뉴스1) 한산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 꿇고 참배하고 있다. 2020.8.19/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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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혀도 오고 또 오고…尹대통령, 결국 쐐기 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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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역시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5.18민주화운동을 기리는 각별한 자세를 보여왔다.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도 전인 7월17일 제헌절 일정으로 5.18민주묘지에 참배하면서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의 근간이 5.18민주화운동임을 분명히 했다.
후보 시절에도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등 연이어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참배를 제대로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광주를 방문해 진정성을 전달하려 애썼다.
결국 대통령에 당선돼 8일 만에 사상 초유의 대규모 참석 행사를 만들었다. 진영을 떠나 어느 누구도 더 이상 5.18민주화운동을 모욕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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