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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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은 18일 광주에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이 총집결했다. 이들은 보수 진영에서 금기시되던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등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종일 호남 지역을 돌며 6·1 지방선거 승리를 다짐했다.
이날 아침 서울역에서 출발한 광주행 KTX 특별열차에는 윤 대통령뿐 아니라 대통령실 참모, 국무위원, 국민의힘 의원 등이 탑승했다.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거행될 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위해서였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사실상 윤 대통령으로부터 참석을 권유받은 전원이 기념식에 참석했다는 게 여권 관계자 설명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109명 중 99명이 참석했다. 역대 보수정당 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다. 윤 대통령은 광주행 열차 안을 돌며 동승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광주송정역에서 차량에 탑승한 윤 대통령 일행은 5월 단체 관계자들의 영접 속에 5·18 묘지에 도착했다. 검은 정장·넥타이 차림의 윤 대통령은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썼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 전 5·18 유공자·유족과의 비공개 환담에서 임기 중 매년 기념식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5월 단체 대표 등과 묘역 정문인 ‘민주의문’을 통해 기념식장에 입장했다. 그간 유족 등 반발로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은 기념식 당일 한 번도 이곳을 통과하지 못했다. 여권이 꾸준히 5월 단체들과 소통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민주광장과 추념문을 지나 추모탑 앞 기념식장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이 광주행 KTX에서 추가한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입니다”로 끝나는 기념사를 낭독하는 동안 총 다섯 차례 박수가 나왔다.
윤 대통령의 민주의문 통과와 함께 상징적인 장면은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었다. 윤 대통령은 유족 등 참석자들과 손을 맞잡고 아래 위로 크게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이준석 대표는 오른손을 주먹쥔 채 아래 위로 흔들었다. 국무위원, 여당 의원 중 일부는 혼자 정자세로 노래를 부르는 등 모습은 다양했지만 역대 보수 정부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제창을 모두 함께했다. 국민의힘은 노래 악보를 사전에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을 마친 뒤 묘소를 참배했다.
이 대표는 행사 후 “정말 감개무량하다”며 “저희의 이 변화가 절대 퇴행하지 않는 불가역적인 변화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인 김웅 의원은 통화에서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과 의원들이 5·18 기념식에 다 같이 참석한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며 “지역민들도 국민의힘에 기대를 가져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5·18을 둘러싼 역대 보수 정부의 공·과를 동시에 언급했다.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태우 정부의 5공 청문회와 김영삼 정부의 5·18 특별법에서 시작한 5·18에 대한 우리 당의 행보가 절대 퇴보하지 않도록 항상 살피겠다”고 했고, 곽승용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5·18 진실 왜곡의 책임으로부터 국민의힘도 자유롭지 않았음을 되새긴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하루 전인 이날 광주와 전남·북을 누볐다. 이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김기현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 정운천 국민통합위원장, 호남을 제2지역구로 정한 ‘호남동행 의원단’ 등은 광주·전남·전북 선대위 회의에 잇따라 참석했다. 국민의힘은 호남권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에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출마했다.
국민의힘의 호남 공 들이기는 2020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본격화했다. 김 위원장은 보수 정당 대표로는 처음 5·18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당대표 취임 후 이날까지 호남을 스무 번 방문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0월 ‘전두환 옹호’ 발언을 하자 “당 대표실에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은 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여권의 이러한 행보는 호남에 대한 장기적 포석뿐 아니라 수도권 선거에 미칠 영향을 감안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의 호남 출신 유권자와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정대연·심진용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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