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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슈 물가와 GDP

"여보 밀가루 사둬요, 난 차에 기름 채울게"...물가 더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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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유효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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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30% 인하 조치로 한동안 내림세를 보였던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리터(ℓ)당 2000원 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공급난 속에 중국의 봉쇄조치 완화로 수요 회복이 기대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한 탓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는 전날 배럴당 114.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주일 전인 10일 기준 99.76달러보다 14.5% 오른 수준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에 따른 수급 불안으로 급등했다. 여기에 중국의 상하이 봉쇄 조치 완화로 원유 수요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겹쳐 오름세를 키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62원, 경유 가격은 1975원이다. 정부가 이달 초 유류세 인하율을 20%에서 30%로 확대함에 따라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말 1975원에서 지난 6일 기준 1932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오름세로 돌아섰다. 경유 가격 역시 지난달말 1920원에서 3일 기준 1904원까지 내렸으나 최근엔 급등하고 있다.

일주일 사이 15% 가량 오른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적용되는 데 2~3주가 소요되는 점에 비춰볼 때 다음달 초순쯤엔 전국 평균 휘발유·경유 가격이 ℓ당 20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돌파한다면 3월 29일 기준 2000.45원을 기록한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경유 가격이 2000원 선을 돌파한다면 사상 처음이다.

기름값 상승은 전년동월 대비 4.8% 뛰어 오른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석유류 제품이 물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4월 기준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월 대비 34.4% 오르며 전체 물가를 1.5%포인트(p) 끌어올렸다.

한편 이날 정부는 다음달부터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기준을 ℓ당 100원 인하해 1750원으로 낮춰 운송 사업자의 기름값 부담을 ℓ당 50원 수준 경감키로 했다. 그러나 운송사업자를 제외하고도 서민들의 기름값 부담이 커지고 있어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등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연말까지 높은 유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도 유가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7월말 종료되는 유류세 30% 인하 조치가 전체 물가 0.4%포인트를 누르고 있어 정책 실효성 논란 속에서도 추가 연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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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4주 연속 하락하며 리터(ℓ)당 1967.8원을 기록했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9.3원 내린 ℓ당 1967.8원을 기록했다. 경유 판매 가격은 1899.6원으로 전주 대비 3.0원 하락했다. 사진은 24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202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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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사둬야 하나"...'밥상 물가' 위기에 5월도 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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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의 한 대형 마트를 찾은 시민이 밀가루를 구입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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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앞다퉈 식량 안보에 열을 올리면서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치솟은 국제유가가에 이어 인도까지 밀 수출을 중단하면서 밥상 물가가 위태롭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선을 위협하고 있어 물가안정을 최우선 책무로 삼는 한국은행이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17일(현지시간)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의 세계곡물 가격동향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밀 국제 가격은 1톤(t)당 458.37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5.9% 올랐다. 한 주 사이 15.2%나 급등했다. 국제 밀가격은 지난 2월 말 시작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급 부족 우려에 30% 이상 치솟은데다 세계 2위 밀 생산국 인도마저 혹서로 수출을 금지하면서 더 뛰어올랐다.

이상기후에 식량 보호주의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 곡물시장의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 앞서 인도네시아가 식용유인 팜유 수출을 막은데 이어 이집트는 3개월간 밀과 콩 등 주요 곡물의 수출을 중단했고 터키와 세르비아, 아르헨티나 등도 곡물 수출 통제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유럽 최대 밀 수출국인 프랑스, 국내에 수입되는 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도 가뭄으로 인해 작황 부진이 예상된다. 밀과 식용유 공급 불안이 이어진다면 국내에서도 라면, 빵, 과자 등 서민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소비자물가 전반에 미칠 여파가 우려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로,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반년 넘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2%)를 웃돌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량 발(發) 물가 오름세가 가속화된다면 올해 2008년(4.7%) 이후 14년 만에 연 4%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4.8%에 달한 상황에서 이달에는 5%선을 뚫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남은 기간 월별 물가상승률이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만 나와도 연간 물가상승률이 4%는 가볍게 넘길 수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ING은행은 우리나라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이전 전망치(3.6%)보다 1%포인트 높여 4.6%로 조정하며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조만간 5%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간으로 4.3%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적어도 올해 여름까지는 (물가) 상승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한은은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매파(통화 긴축선호)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4일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며 물가 잡기에 나섰다. 한 금통위원은 "과거에 비해 근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소비자물가 확산지수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2차 효과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높은 물가 상승 가능성과 원화 약세로 한은의 금리인상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8월부터 4차례의

금리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50%까지 인상한 가운데 이달 금통위에서도 금리인상이 단행된다면 향후 추가적으로 단행될 수 있는 금리인상 횟수는 2~3차례 정도일 것"이라고 봤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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