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장’ 선출로 변질
김진표·이상민·조정식·우상호
출사표 후 앞다퉈 ‘야성’ 강조
李만 “국회 권위 세울 것” 호소
24일 당선 후 무소속 신분에도
당 이익 대변 위해 목소리 우려
(왼쪽부터) 김진표, 이상민, 조정식, 우상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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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를 아우르는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직 선출이 ‘야당 의장’ 뽑는 자리로 변질되고 있다. 의장에 도전하는 의원들이 ‘협치’ 대신 ‘야성’을 강조하는 선명성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17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5선의 김진표·이상민·조정식 의원, 4선의 우상호 의원이 의장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일주일간 당내 선거운동을 거친 뒤 오는 24일 오전 10시 최종 후보를 뽑는다. 국회 본회의 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민주당이 원내 제1당인 만큼 사실상 24일 21대 후반기 국회의장과 부의장이 결정된다.
의장직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과거 ‘여야 협치’를 명분으로 세웠던 관례를 깨고, 대부분 ‘대여 투쟁 선봉장’을 자처했다. 이날 공식 출마 선언한 우상호 의원은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 앞에 망설이지 않는 의장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전날 “야당 의장이기 때문에 여당 시절과는 위상이 매우 다르다”며 “여러 면에서 분명하고, 실제 조정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비판을 의식한 듯 ‘야성’을 드러낸 표현은 들어냈다.
강성 경쟁은 지난 15일 조정식 의원이 불을 지폈다. 그는 “검찰공화국의 엄혹한 시대에 맞서 민주주의와 국민, 민주당을 지킬 의장이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권하에서 이제 민주당은 야당이 됐다. 전시에는 그에 맞는 결기와 전략, 단일대오의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비교적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던 김진표 의원도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며 “국회가 국민 신뢰를 되찾고, 그 중심이 민주당이 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 그래야만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이상민 의원만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켜 국회의 정당한 권위를 곧게 세우겠다”며 “특정 정파나 계보에 좌지우지되거나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호소했다.
의장은 다수당에서 배출하지만, 당선된 후에는 무소속이 된다. 국회법 제20조의 2는 의장으로 당선된 다음 날부터 임기를 마칠 때까지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한다. 16대 국회 이전까지는 의장 당적 보유 제한이 없었지만, 16대 국회 후반기(2002년 3월)에 이 조항이 마련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여야에 치우치지 않는 국회 운영을 위해 새정치국민회의 당론으로 수년간 추진해 왔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출마자들의 입장은 무소속 신분의 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의장 후보들이 선명성 경쟁을 하는 데에는 강성 당원을 등에 업은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선거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때도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 팩스 등으로 압박했던 당원들이 이번에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의장을 뽑고자 활동 중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똑같이 정치적 중립을 필요로 하지만 대통령도 하지 않는 탈당을 의장에게 요구하는 것은 소수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불편부당’하라는 것 때문인데 그런 모습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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