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장지도에 불만 ‘개XX’ 쓴 高3
학생들 선처 탄원… 결국 訴 취하
중재 손놓은 학교 측 “개인 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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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퍼 내려.”
지난 3월 어느 날 아침,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복장검사를 하고 있던 교사 A씨는 3학년 B(18)군에게 교복 외투의 지퍼를 내려 보라는 의미로 검지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교복을 잘 갖춰 입었는데도 손가락으로 지퍼를 내리라고 지시하는데 기분이 상한 B군은 며칠 뒤 학원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아침마다 정문에서 지×하는 ○○○ 개×× 존× 싫다’라며 짧은 게시글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학원에 “해당 글 작성자를 찾는다”며 협조를 요청했다. B군이 올린 글의 존재를 알게 된 A씨가 성명불상의 글 작성자를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한 것이다. B군은 순순히 자신이 글을 썼다고 시인했고, 경찰은 B군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B군 부모는 아연실색했다.
이후 부모는 학교를 찾아가 A씨를 만났다. B군 부모는 아이의 잘못을 사과하며 선처를 구했지만 A씨는 “전학을 가야만 고소를 취하해주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곧장 3학년 학생들 사이엔 ‘선생님이 학생을 고소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B군이 인터넷에 욕이 담긴 글을 쓴 건 명백한 잘못이지만, 교사가 별도의 지도나 경고 없이 곧바로 학생을 고소한 건 너무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생겼고, 학생 100명이 B군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작성했다. 이 소식을 들은 A씨는 마음을 바꿔 일종의 학내 징계위원회인 교권보호위원회에 B군을 회부하는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내에서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이 고소로까지 이어진 한 달여간 학교는 사건 내막 파악은커녕 중재 역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해당 학교 교감은 기자에게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에서 모든 일을 알고 거기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개인 간의 문제에 학교가 입장을 가질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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