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장 "협치 발판 마련해달라"…尹대통령 "의회가 국정중심"
취임 엿새만에 시정연설 위해 국회 찾아…국회의장단·여야지도부 환담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정연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약 23분간 박병석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 의장단과 여야 지도부와 만났다.
이날 환담에서 공개 발언은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나, 비공개 자리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 새 정부 1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의 임명 문제 등 각종 현안을 놓고 '뼈있는 말'이 오갔다.
환담에는 윤 대통령과 박 의장, 정진석·김상희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 추경호 국무총리 직무대행,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자리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권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한 총리 후보자 인준 관련 한 말씀 해달라"고 권하자, 윤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를 향해 "한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안 처리에 꼭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 총리 후보자는 대통령 당선 전부터 협치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미리부터 이 분이 총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분이 여야 협치에 가장 적임자라 판단했다"며 '낮은 자세'로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었다고 이준석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특별히 응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함께 사전환담에서 이 대표는 "3당 대표 회동을 격의 없이 하자는 윤 대통령 측 제안이 있었음에도 그 회동이 여러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다"며 "협치에서 여러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인사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 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를 위해서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 민주당이 '낙마 0순위'로 꼽고 있는 인사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전환담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
이에 앞서 박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에게 "오늘 첫 국회 방문이 의회를 존중하는 국정 운영의 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며 "나라가 몹시 어지럽다. 모든 것을 풀어가려면 국민의 공감대, 국민 통합이 대단히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의회와 더 소통하시고 의회를 존중하시되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 먼저 국회와 협의하고 조치하는 '선(先)협의 후(後)조치' 원칙을 세워주셨으면 한다"며 "특히 중요한 예산, 법률, 정책이 있을 때 사전에 국회에 설명해주시고, 특히 야당에도 설명해주셨으면 좋겠다. 여든 야든 간에 대통령이 성공해야 국민들이 성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협치의 발판을 마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전 환담 참석자들과 인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
이에 윤 대통령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취임식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의장님을 비롯한 의회 지도자들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말한 뒤 "제가 정치를 시작하는 그 날부터 또 당의 경선 후보가 되고 당 후보가 되고 당선된 직후에 계속 박 의장님께 제가 신고를 드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는 의회주의가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은 그중에 국가를 대표하는 기능과 행정권을 맡아서 의회에서 만든 법률안과 예산안을 현실적으로 집행하고, 정책에 관해서도 법률안과 예산안은 아니더라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있으면 의회 지도자들과 사전에 양해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대통령으로서 처음 의원님들 앞에서 국정에 관한 제 비전을 피력할 수 있게 돼서 개인적으로도 영광이고 공적으로도 대단히 아주 기쁜 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환담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접견실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도착해있던 정의당 이 원내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나눴고, 곧이어 도착한 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도 인사했다.
박 의장의 인사말 도중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참석 때문에 뒤늦게 도착하자, 윤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박 의장과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참석자들은 서로 인사말을 먼저하라고 '양보'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발언을 하게 된 윤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추경 시정연설을 직접 해주신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과거에 자유를 많이 강조하시는 분들이…"라며 대통령 취임사에서 '자유'에 방점이 찍힌 것을 주제로 모두발언을 이어갔다.
비공개 환담에서는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식 만찬장에서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웃는 얼굴로 대화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과 관련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윤 비대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각각 설명했고, 참석자들이 다같이 웃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국회 본관 앞에서 '병사월급 200만원 즉시 이행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가 윤 대통령이 도착하자 "병사월급 200만원 즉시 이행하라"고 말했고, 윤 대통령은 말없이 국회로 들어갔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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