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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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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도 사로잡은 우고 론디노네…거대한 청동조각·수채화 22점 ‘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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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론디노네의 '수녀와 수도승들'.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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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초, 그래미 어워드를 마친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 RM은 형형색색의 육중한 돌탑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광활한 사막 위에 우두커니 선 둔탁한 바위 덩어리는 대지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형상과 이질적인 네온 컬러를 동시에 지녀, 과시적이면서도 낯선 분위기를 자아낸다.

RM의 방문으로 전세계 아미(ARMY·방탄소년단의 팬클럽)들의 ‘성지’로 떠오른 이 곳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세븐 매직 마운틴(Seven Magic Mountains)’이다. 스위스 예술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가 2016년 제작했으며 높이 9m가 넘는 7개의 돌탑으로 구성됐다.

우고 론디노네는 장소특정적 예술(특정 장소에 존재하도록 제작된 미술 작품)계의 ‘이단아’라고 할 수 있다. 작품과 공간이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는 점에서 장소특정성을 지닌 대지미술로 분류할 수 있지만, 론디노네의 세븐 매직 마운틴에는 팝아트의 요소와 인위성이 강하게 깃들어 있다. 형광색을 입은 순간 론디노네의 돌은 장소특정성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완결적인 모더니즘적 성격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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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론디노네의 '세븐 매직 마운틴'.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린 후 전세계 팬들의 방문이 쇄도하고 있다. /세븐 매직 마운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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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디노네는 약 2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글로벌 ‘아트 불장(Bull Market)’에서 가장 각광 받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대형 조각은 물론 작은 오브제, 회화까지 매체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로운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경매에 나왔다 하면 추정가를 2배나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곤 한다. 라스베이거스의 돌탑을 2m 높이로 축소해 놓은 오브제 한 점은 지난 달 영국 보넘스 경매에서 3억5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국내 미술시장에서도 론디노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15일 막을 내린 국제갤러리의 ‘바다의 수녀와 수도승들(Nuns and Monks by the Sea)’ 전시에서 론디노네의 대형 청동상 5점과 회화 17점이 완판됐다. 청동상은 한 점 당 75만~90만달러(9억6300만~11억5600만원)에, 회화는 4만~6만달러(5000만~7700만원)에 팔렸다.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 한 달 간 전시된 5점의 청동상은 석상과 같은 외관을 지녔다. 석회암으로 만든 작은 모형을 스캔하고 확대해 청동 주물로 재탄생시켰다. 그 덕에 암석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내구성을 높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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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론디노네 '노란색과 붉은색의 수도승'.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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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점 전시에서 작가는 장소특정성을 인위적으로 재단해냈다. 전시장 내벽에 시멘트를 발라 공간 전체가 하나의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작품이 시간대나 날씨에 구애 받지 않고 균일한 색을 발하도록 자연광을 차단한 것 역시 작가가 직접 주문한 사항이다. 론디노네의 ‘수녀와 수도승’들은 시멘트 벽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동시에, 변하지 않는 시공간 안에 갇혀 모더니즘적 영속성을 부여 받았다.

작품을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가둔 것은 부산점 전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암막 처리한 벽을 따라 일렬로 늘어선 작은 수채화 연작의 제목은 ‘매티턱(Mattituck)’. 작가의 집이 위치한 뉴욕 롱아일랜드의 매티턱에서 바라본 노을을 그렸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매티턱의 경우 입고되자마자 주문이 쇄도했고, 대부분의 고객들이 실물도 보지 않고 구매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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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론디노네 '매티턱' 연작의 일부.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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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티턱 연작에서도 론디노네 특유의 선명한 색감이 도드라진다. 그러나 설치미술이나 조각과는 달리 서정적이며 시적이다. 물감의 번짐과 의도적으로 비워 둔 여백이 명상적 분위기를 더한다.

갤러리 관계자는 매티턱 연작에 대해 “18세기 독일 낭만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해석을 더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18세기 낭만주의의 근간을 이룬 멜랑콜리의 정서가 녹아 있다. 죽음에 대한 관조가 빚어낸 숭고미가 관자(觀者)의 내면을 관통한다. 오랜 동반자였던 시인 존 지오르노가 죽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그렸다는 ‘서사’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국제갤러리의 개인전은 막을 내렸지만, 론디노네의 작품은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오는 9월 17일까지 개인전 ‘번 샤인 플라이(burn shine fly)’가 진행된다. 고인이 된 동반자의 시집 제목에서 따온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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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부산점의 우고 론디노네 개인전 전시장(아래). 입구부터 암막 처리를 해 전시장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위). /부산=노자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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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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