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 유례없는 호의적 반응…개헌 쟁점 합의·국민투표 넘어야
국회 본회의장 |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1987년 헌법 개정 때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나타내는 이 문장이 헌법 도입부(전문)에 쓰여졌다.
'5·18 헌법 전문 수록' 요구는 이 전문에 5·18 민주화운동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4·19 혁명에서 시작한 대한민국 민주화는 1980년 5·18을 거쳐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미 정립된 만큼 이를 헌법에 명확하게 나타내자는 취지다.
여기엔 지난 42년 동안 끊임없는 왜곡과 폄훼로 고통받았던 5·18의 설움이 담겨있다.
5·18은 신군부의 공작으로 10년 가까이 폭동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1989년 광주 청문회를 통해 진실이 드러나고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이후에도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렸다.
북한군 투입설과 같은 황당한 주장마저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다 급기야 보수당 일부 국회의원들까지 여기에 동조하기도 했다.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셈이다.
이들의 왜곡과 폄훼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며 현행법으로도 제어할 수 없게 되자 대한민국 근간이 되는 헌법 이념에 5·18을 포함하자는 방안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이라는 게 5·18 관계자들의 평가다.
지난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5·18 헌법 수록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특히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5·18 관계자들의 반발을 샀던 윤 대통령은 당시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5·18 묘지를 참배하러 방문하는 등 5·18에 대한 각별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오는 18일 5·18 기념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 윤 대통령이 이와 관련한 메시지를 낼지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5·18 민주묘지 찾은 윤석열 |
전통적으로 5·18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던 국민의힘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20년 8월 5·18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당의 소극적 대응과 일부 정치인의 막말에 대해 사죄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 국민의힘은 광주 동행 의원단을 꾸리는 등 당 차원에서 광주와 5·18 단체들에 꾸준히 손을 내밀며 현안이었던 5·18 3법(공법단체, 왜곡 처벌, 유공자 지원)이 통과하는 데에 협조했다.
5·18 헌법 수록을 지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다수당이라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재적 국회의원 과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해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한 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문제는 개헌의 쟁점이 5·18 헌법 수록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1987년 개헌 이후 35년이 지난 만큼 대통령 중임제, 선거제 등 산적해 있는 굵직한 이슈들도 해결되어야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8년 3월 개헌안이 대통령 발의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진통만 겪은 채 무산된 바 있다.
5·18 단체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여야가 5·18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부분이라도 먼저 합의해 놓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는 "개헌을 위해선 국민투표와 수많은 쟁점을 논의해야 한다"며 "5·18 헌법 수록 부분만이라도 여야가 원포인트로 먼저 합의해 놓고 나중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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