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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만에 개방된 靑 뒷길 등산로, 서울 전경이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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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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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경을 이렇게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는 처음이에요!. 너무 예쁘네요.”

10일 청와대 개방과 함께 북한 특수부대가 침투한 1968년 ‘1·21 사태’ 이후 폐쇄됐던 청와대 뒷길 북악산 등산로도 54년 만에 완전 개방됐다. 이날 등산로를 올라 ‘청와대 전망대’라는 팻말이 붙은 공터에 도착한 삼청동 주민 이옥자 씨(66)는 “마치 서울의 중심에 선 것 같은 기분”이라며 감탄했다.

이날 오전 7시경 서울 종로구 청와대 동쪽 춘추관 옥상의 큰 북 ‘용고(龍鼓)’가 3차례 울리며 등산로 개방을 알렸다. 기다리던 시민 100여 명은 춘추문을 지나 춘추관 뒤편 등산로에 들어섰다. 대전에서 온 성윤대 씨(75)는 “대통령이 걷던 산책로를 직접 걸어볼 수 있다니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등산로는 춘추관 뒷길 또는 청와대 서쪽 칠궁 뒷길에서 시작해 백악정(白岳亭) 쉼터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백악정에서 300m 가량 더 오르면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청와대 전망대에 이른다. 총 구간은 약 2㎞다. 더 오르면 2006년 개방된 등산로로 이어진다.

이번에 개방된 등산로는 역대 대통령들이 생각을 정리하며 걸었던 길이기도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탄핵 당시 아침 일찍 이 등산로로 청와대 뒷산을 오르며 하루를 시작했다. 탄핵안 가결 열흘째 날 모처럼 언론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낸 곳이 바로 백악정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 “서울 광화문 일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봤던 곳도 청와대 뒷산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랫소리도 들려왔다”며 복잡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등산객들은 발길을 옮기는 곳마다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촬영 버튼을 눌렀다. 꽃밭이 조성된 백악정은 단연 인기 장소였다. 백악정 좌우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희호 여사와 심은 느티나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와 심은 서어나무가 마주보고 있다. 등산로 곳곳에는 아직 철책과 철조망, 초소 등 군사시설물이 있었지만 백악정을 지나니 남산타워부터 잠실 롯데월드타워까지 탁 트인 경치를 즐길 수 있었다.

북악산 등산로는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오를 수 있다. 다만 청와대 개방 기념행사 기간인 22일까지는 춘추문 대신 삼청동 금융연수원 맞은편 출입구를 이용해 올라가야 한다. 개방 시간은 5~8월 오전 7시~오후 7시, 11~2월 오전 9시~오후 5시, 3~4월과 9~10월은 오전 7시~오후 6시다. 입장 마감 시간은 개방 종료 시간 2시간 전이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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