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의회에서 통과된 ‘2022년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수호 무기 대여법’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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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외교안보 역량을 총동원했던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21세기 최대 전략적 도전으로 지목한 중국에 대한 견제 모드를 재정렬하고 있다. 이달 워싱턴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일본 방문은 바이든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초점이 여전히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음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은 9일(현지시간)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외교안보전략센터(CSDS)가 개최한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바이든 정부의 최우선 전략적 관심은 여전히 인도·태평양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캠벨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에 관해 “우리가 보내고자 하는 가장 우선시되는 메시지는 21세기의 더욱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도전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음을 인식하는 데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지금 당장 직면한 긴급하고 즉각적인 임무는 우크라이나 사태이지만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있다는 것이다. 캠벨 조정관은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도·태평양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1일 한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어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다음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2~13일 워싱턴에서 동남아시아 10개국 협의체인 아세안과 특별정상회의를 진행한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세안특별정상회의 주재와 한·일 순방이 취임 14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인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외교의 기반 위에서 진행될 것이라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공통의 신념과 의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정부 주요 참모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 추진을 위한 예상치 못한 이득을 안겨줬다는 평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외교·안보 역량이 여전히 우크라이나 사태에 쏠려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 및 우방국들이 미국 주도의 러시아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단합된 모습을 과시했고, 유럽 국가들이 자체 방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면서 미국이 장기적으로 중국 견제에 더욱 많은 역량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캠벨 조정관은 “일본과 한국 그리고 다른 국가 지도자들의 정렬은 전례가 없다”면서 인도·태평양뿐 아니라 유럽에서 공동의 노력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설정한 목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라는 방위비 지출에 미온적이었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방위비 지출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또한 오랫 동안 나토 가입을 거부해온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유럽이 자체 방위를 강화할 경우 미국은 유럽에 배치했던 군사력을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로 재배치할 여력이 생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대가로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중국 지도부가 대만 문제와 관련해 계산을 다시 하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7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국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중국 지도부가 대만을 무력으로 통합하려는 시도시 발생할 수 있는 대가 차원에서 이 모든 것들을 매우 주의깊게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번스 국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약속한 ‘제한 없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쏟아지는 국제적 비난 때문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주권 및 영토보전’을 지지해 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주권 및 영토에 대한 명백한 침공을 비판하지 않으면서 곤란한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바이든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아시아에 투입했던 역량을 유럽으로 돌릴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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