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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의원직 던지고 시도지사 후보로, 어떻게 봐야 할까

매일경제 유범열,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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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의원직 던지고 시도지사 후보로, 어떻게 봐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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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광역단체장 대진표가 모두 완성됐다. 눈여겨볼 것은 '현역 국회의원'의 포진이다. 시장과 지사직을 위해 금배지를 내던진 이들은 "우리 지역 발전을 위해 더 많이 헌신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역구 주민의 이해를 구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 당시 유권자의 선택을 무의미하게 만든 것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1. 與…송영길, 이광재, 오영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로 최종 선출된 송영길 의원(인천 계양을)이 지난달 30일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났다. 송 후보는 경선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민의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길을 만들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송 후보의 본선행은 순탄치 않았다. 인천 지역 5선 출신 국회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무연고, 지역구 배신' 논란에 송 후보는 "계양구민과 인천시민 덕에 이 자리까지 왔다"며 "그동안의 지지와 응원이 실망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선 과정 내내 제기된 '대선 패배 책임 논란'에 대해 "(출마 관련) 비판과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운을 뗀 송 후보는 "출마 결심은 오로지 새 정부 독주 견제와 지선을 선도하는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라 강조했다.

강원지사 후보로 단수 공천된 이광재 의원(원주갑)도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9일 '국회를 떠나며' 라는 글에서 "많은 분들이 '편하게 다선 국회의원의 길을 가라' '강원도로 가면 중앙정치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강원도를 사랑하기에 운명을 건다"는 말로 출사표를 던졌다.

당내 강원지사 출마자 전무로 사실상 '이광재 추대 분위기'가 형성돼 내부 잡음은 없었지만 지역구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2011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강원지사직을 상실한 전력이 있는 이 후보가 다시 중도 사퇴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고, 이 후보의 정치적 재기를 도와준 원주갑 유권자의 지지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처사라는 것.

이 후보는 "원주시민들께 감사하고 미안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제가 못다 한 일을 (도지사가 되어) 더 열심히 하고, 원주시민이 '이광재, 원주에 그만 와도 된다'고 하실 때까지 여러분을 따뜻하게, 가슴으로 만나겠다"고 말했다.


제주지사 최종 후보로 선출된 오영훈 의원(제주을)도 "더 큰 도전에 나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신 감사함과 국회의원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죄송함을 가슴 깊이 간직할 것"이라며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2. 野… 김은혜, 홍준표, 김태흠, 박완수


국민의힘에서는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김은혜 의원(성남 분당갑)이 지난달 28일 의원직을 던졌다. 김 후보는 사퇴를 선언하며 "분당 주민들께서 저를 국회로 보내주신 의미를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며 "분당 주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경기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반드시 경기도지사가 돼 1390만 경기도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장 경선에서 승리한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도 지난달 29일 의원직을 내려놨다. 그는 "26년간 몸담아온 여의도 정치에서 비켜나 이제 고향 대구의 일에만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한 홍 후보는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구민들에 중도 사퇴에 대한 사과를 전하며 "(지난 총선 당시 경선 탈락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은) 본인을 구해준 수성을 지역에 대한 약속은 대구시장이 되어서도 직접 챙기고 더 크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각각 국민의힘 충남지사·경남지사 최종 후보로 선출된 김태흠 의원(보령서천)과 박완수 의원(창원의창)도 "더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3. 반복되는 의원직 중도 사퇴

선거철마다 선출직 공직자들이 현직을 던지는 사례는 빈번하다. '의원→광역단체장'뿐만이 아닌 '거물급 선출직'들의 대권을 위한 사퇴 선언도 심심찮게 보인다.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빅2' 이재명·이낙연 후보가 각각 경기지사와 국회의원(종로)직에서 내려왔고, 국민의힘에서도 원희룡 후보가 중도에 제주지사직에서 내려와 상경했다. 모두 '더 큰 정치, 국민 성원 보답' 등의 명분을 내세우지만 "개인 정치 목표를 위해 현직을 이용한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보궐선거 개최에 따른 세금 투입은 국민이 감당하지만 후보를 공천하는 정당은 이를 무겁게 여기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에 '득표율 5% 감점'이라는 페널티를 줬지만 이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국회의원 프리미엄'에 무력화됐다.


민주당은 2020년 이듬해 열리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위해 '현역 의원이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공천 심사에서 25%를 감점'하는 내용의 관련 당규를 아예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의민주주의 핵심 요소가 '책임'인데 그런 면에서 (중도 사퇴는)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가 보장돼 있어 이를 법으로 막는 것은 어렵다"면서 결국 당 차원의 엄격한 공천 기준 수립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의 당규 삭제 사례처럼) 당도 선거를 앞두고 전략상 이를 지키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유권자 스스로도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유범열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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